몇 달 전에 모 일간지에서 표성흠 소설가가 제1회 연암문학상에서 장편소설 `뿜뱀`으로 수상한다는 기사를 읽고 바로 책을 사서 보았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뿔 달린 뱀은 용이 된다고 한다. 용은 여의주를 물고 불을 내뿜을 수 있는 초능력으로 전설적인 존재가 된다. 그러나 용이 되지 못한 뿔뱀은 이무기가 되어 영원한 어둠 속에서 남에게 해코지나 하는 짐승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한다. 아니면 잠룡이 되어 다시 천년을 기다려 여의주를 얻어 용이 될 기회를 기다린다고 한다.

표성흠 작가는 연암 박지원을 그리면서 이러한 뿔뱀을 하나 만들어 냈다. 아니 엉덩이에 뿔난 뱀을 하나 그렸다고 했다. 이 뿔뱀이 용인지 이무기 인지는 독자가 가려낼 일이라고 한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를 써서 남긴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실학자이다. 이 `뿔뱀`은 특히 박지원이 안의(함양)에서 현감으로 지낸 것을 주무대로 삼아 그렸으며, 박지원의 실사구시 정신과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의 선구자적 고뇌가 잘 나타나 있다. 박지원은 자신이 다스리는 마을의 실물경제와 흐름을 관찰하여 타 마을과 협력하여 잘사는 마을 만들기에 힘을 기울인다. 천연지형을 이용해서 마을의 물길을 막아 저수지를 만든다거나 물레방아를 만들어서 정미소의 기능을 강화한다거나 하여 마을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게 된다. 그러나 순탄한 길을 마다하고 굳이 세상과 맞서 시대의 아웃사이더가 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역사를 보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하듯이 `뿔뱀`을 통해서 지금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알아냈으면 한다.

/이정희(위덕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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