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역사상 최고의 이벤트인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드디어 내일 막이 오른다. 참가국의 국기가 태극기와 함께 거리를 장식하고 각 종목별 스타 선수들의 역동적인 사진이 곳곳에 내걸려 축제분위기는 달아올랐다. 발레, 마당극, 재즈공연, 뮤지컬 등 많은 문화행사도 함께 펼쳐진다. 2011년 초가을, 대구는 육상인들의 축제를 넘어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되니 일약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선다.

육상은 원시시대부터 인간의 생존활동에서 시작해 점차 규칙 등이 정비되면서 스포츠화 했다. 원초적 질주의지를 보여주는 육상은 인간이라면 일상 활동인 탓에 다른 종목에 비해 이해가 쉽다. 축구의 오프사이드, 야구의 스트라이크 존, 농구의 파울처럼 복잡하거나 다툼을 초래할 여지도 적다. 균등한 기회를 부여받은 선수는 남들과 동시에 출발해 자신 앞에 뻗어있는 길만 달리면 된다. 일부 종목의 예외는 있지만 육상에서는 라인이 곧 규칙일 만큼 간단하다.

육상은 발목을 잡아끄는 중력(重力)과의 겨룸이다. 사냥할 동물을 쫓고 창을 던지던 수렵이 생존투쟁이었다면, 문화적 동물인 인간은 투쟁이었던 달리기를 스포츠로 승화시켰다. 스포츠로서의 육상은 운명적 불가능에 도전하는 능동적인 문화행위이다. “더 멀리, 더 높이, 더 빠르게”라는 구호는 발목을 붙잡는 중력이라는 운명에의 도전이며 이카루스(Icaros)의 비상이다. 각 스포츠용품 메이커들도 다이달로스(Daedalos)의 재주로 그들에게 기록 단축을 위한 지원을 해왔다.

허공에 가장 짧게 뜨는 100m 스프린터는 빗살 같은 스피드로 중력을 건너뛴다. 허공을 나는 미녀새는 땅 위의 존재에 대한 저항으로 온몸을 폭발시켜 날아오른다. 그들의 강철 같은 의지는 불가능을 모르는 인간의 최정점에 선 영웅으로 선망을 받는다. 짧은 유니폼 사이로 드러난 울퉁불퉁한 속근(fast-twitch)은 폭발력을, 날씬한 지근(slow-twitch)은 지구력을 뿜어내며 운명을 개척하는 아름다움을 발휘한다.

육상의 관람은 그들의 도전에 대한 경외이다. 최강자인 남자 100m의 볼트와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이신바예바, 평범한 체격의 여자 해머던지기에 출전한 하이들러의 신기록이 자못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굴의 의지력은 감동, 그 자체이다. 어깨를 창에 관통당하고도 재기해 철인에 도전하는 남자 10종 경기의 전설로만 제블레의 마지막이 될 경기도 기대된다.

시각장애인 100m 스프린터 제이슨 스미스와 400m에 출전하는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의 도전은 벅찬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남자 마라톤에 출전하는 공무원과 자동차 회사 노동자의 투혼도 지켜보아야 한다.

마라톤은 우리와는 불가분의 인연이 있다. 게르만족 눈앞에서 식민지의 한 청년이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총칼로 억누를 수 없는 끈기를 증명해 보였다. 황영조, 이봉주는 얼마나 많은 감동을 주었던가. 아쉽게도 이번 대회에는 간판선수인 지영준 선수가 출전하지 못해 개인전 금메달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노린다고 한다.

가을이 오는 가두에서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도 보내보리라. 아직은 육상대회에서 큰 활약을 못하지만 앞으로 기대할 다른 전사들의 선전도 기대해본다.

대구는 그동안 많은 발전을 해왔다. 개발과정에서 땅을 파헤치기도 하고 물길을 돌리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자연을 훼손해가며 활동범위를 넓혀왔다.

공업단지, 주택지 등 도시는 넓어져만 오는 과정에서 지형도 바뀌었다. 우리나라 세시풍속의 하나로 땅을 밟으며 잡신을 쫓고 복을 부르는 의례인 지신밟기가 있다. 함께 응원하며 지신(地神)도 위로하고 인간의 겸허를 생각해 보아야 하리라. 복된 터전은 그렇게 인간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202개국에서 1천945명이라는 사상 최고의 참가국 선수들이 모였다. 발전과정에서 잊어버린 땅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과 함께 함성을 질러도 볼 일이다.

대구의 동쪽 벌판에서 벌어지는 세계 철각들의 겨룸이 한바탕 잔치가 되길 기원해 본다. 대저 잔치란 풍성하고 신명날수록 복이 오는 법이다.

▶▶필자 정완식은 = 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2003년 단편 `요즘도 두견새가 울까?`로 등단했으며 작품집 `삼류를 위하여`, 장편소설 `이서국의 칼, 지다`, `마음의 벽화 십우도` 등이 있다.

? 용어설명 `톺아보기`=샅샅이 뒤지면서 찾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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