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 2천장의 사진으로 명승부 가려내
트랜스폰더·VDM 등 계측장비도 대기

볼트보다 빠른 번개가 등장했다. 이번대회에서는 2천분의 1초도 놓치지 않는 계측장비 등이 집결돼 첨단장비의 향연이 된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최고의 스타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의 별명은 `번개`. 그런데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그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 그보다 빠른 번개가 번쩍거린다. 1초에 무려 2천번을 찍어내는 초특급 카메라가 있기에 볼트의 기록이 생겨나는 것.

결승점에 설치된 이 카메라는 초당 2천장의 사진을 찍어 선수들의 순위를 가려낸다. 보통 결승점 양쪽에 설치하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장 안쪽 노란 기둥 위에 1대, 관중석 최 상단에 자리 잡은 사진 판독실에 2대의 카메라를 각각 배치해 `순간의 승부`를 정확하게 판정한다.

출발이 이뤄지는 스타팅 블록에는 부정 출발 감지기가 설치된다. 출발 준비를 하는 선수들의 발에서 나오는 압력 변화를 측정하여 부정 출발을 가려내는 것.

육상에서는 출발 신호가 나고 0.1초 이내에 반응하면 부정 출발로 보고 실격 처리한다. 워밍업 동작에 의한 오작동을 막기 위해 스타트 0.5초 이내의 압력 변화를 감지하도록 설정돼 있다.

출발 신호는 전자식 총과 확성기를 이용한다. 확성기는 레인마다 설치해 모든 선수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했다.

트랙에는 `트랜스폰더 시스템`(Transponder System)이 설치돼 구간 기록, 속도, 바퀴 수 등 다양한 자료를 제공한다. 선수들이 단 `선수표`에 부착된 트랜스폰더 칩을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센서가 감지한다. 이 시스템은 마라톤 경보 등 로드 레이스 시간 계측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계선수권 사상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비도 있다. 멀리뛰기 거리 측정에 사용하는 비디오 거리 측정 시스템(VDM. Video Distance Measurement System)이 그것이다. 높은 곳에 설치된 거리 계측용 비디오카메라가 모래판 착지 순간을 포착한 뒤 이를 이미지화해 심판들이 기록을 정확히 판정하도록 돕는다. 정확성은 물론 기록 측정 시간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는 광파 측정 시스템(ODM. Optical Distance Measurement System)을 많이 사용했다. ODM은 선수가 착지한 지점에 `프리즘`이라고 불리는 측정 막대를 꽂고 광파측정기를 이용해 거리를 계측하는 장비. 이번 대회에선 멀리뛰기만 VDM으로 계측하고 창던지기, 원반던지기 등 투척 종목에서는 여전히 ODM을 사용한다.

위의 장비들은 모두 스포츠 기록 계측 장비 전문 업체인 일본 세이코(Seiko)사 제품이다.

`미녀새` 이신바예바(29.러시아)가 활약할 장대높이뛰기에는 이탈리아 몬도(Mondo)사가 제작한 전동식 지주 세트가 투입돼 정확하고 신속한 조작과 기록 측정을 맡는다. 건축 측량 기사가 사용하는 광파 측정 장비를 동원, 지주대 영점을 조정한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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