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 싸움 꼭 이겨낼 것”

“최고의 선수들과 대결을 통해 나는 더 강해질 것이다.”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와 함께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4·남아프리카공화국)가 대구에 입성했다. 그는 기록을 넘어 상상하기도 힘든 역경을 극복해 인간 승리의 주인공으로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검은 모자를 돌려 쓰고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지난 20일 밤 10시 KTX편으로 동대구역 플랫폼에 내려선 그는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과 서포터스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개찰구를 나와서도 50여명의 환영 인파 사이를 거리낌 없이 오가며 손을 흔들고 악수를 나누거나 함께 기념 사진을 찍는 등 시종 유쾌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시민들로부터 환영 꽃다발을 받은 뒤 그는 “대구에 오게 돼서 정말 기쁘다. 많은 팬들이 마중 나와 응원해 줘 너무 감사하다”며 고마워했다. 이어 “이번이 첫 방문인데, 나중에 시간이 되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본 대회 목표에 대해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 경쟁 상대다”라고 전제한 뒤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성수들과 대결하면서 실력을 발전시키고 싶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 “4X400m 릴레이에 출전하는데,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나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 준결승까지 진출하면 좋겠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보철다리가 칼날모양 같다고 해 붙여진 `블레이드 러너`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이런 분야에서 별명이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국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아는데,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면 어떤 별명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종아리뼈 없이 태어나 생후 11개월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 의족으로 뛰는 장애인 스프린터. 하지만 불굴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로 장애와 편견을 이겨냈고, 마침내 올 여름 대구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등 이른바 메이저 대회의 문턱을 넘어선 역사상 첫 번째 장애인 선수로 기록될 그는 대구에서 남자 400m와 4×400m계주에 출전한다.

/이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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