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 종사 부친에 경영 수업 별도 회사 운영
중동진출 박차… 친환경건축물 건립에도 전력

(주)성광 민은기 대표의 첫 인상은 해맑다.

71학번이지만 그의 얼굴은 참 동안(童顔)이었다.

서울에서 섬유와 건설 등 2개의 회사를 경영하면서도

바쁘고 분주하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전문분야에서는 해박하고 달변이다.

경영학 박사 CEO이니 이론과 실무를 겸한 셈이다.

서울 남대문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고향얘기와 서울생활을 들어봤다.

-내게 고향은 어떤 의미인가요.

◆ 고향 하면 `조용함`이 먼저 떠오릅니다. 아직도 첩첩산중인 청송이 제 고향이지요. 비록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93세의 어머니 외에 조부모와 아버지 등 선대의 산소가 있지요. 유년기에는 형님과 누님, 또 친척들을 찾아 청송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때의 고요함이 지금까지도 고향으로 연상되고 있는 것이죠.

-고향을 떠나 상경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 대구에서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71년도에 한국외국어대에 진학했지요. 대학진학을 통해 서울생활을 시작한거죠. 처음엔 일문학을 공부했지만 무역학도 같이 배우면서 외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당시 아버지께서 섬유업을 하고 계셨던 터라 경영수업을 했다고 봅니다. 아버지 회사와는 별도로 1986년 서울에서 섬유회사인 (주)성광을 설립했지요. 공장은 구미에 있지만 서울에서 대부분의 업무가 이뤄집니다.

-지금 하시는 일을 소개한다면.

◆ 회사가 두개입니다. 성광은 폴리에스탈 직물 제조·수출업체고, (주)파인트리환경산업은 건설업체입니다.

섬유는 설립 초기에 미국 등으로 주로 수출했지만 지금은 특수지역인 중동시장이 주력수출국입니다. 90년 무역의 날 1천만불탑, 94년 5천만불탑 수상 등을 통해 지금은 직물분야에서 국내 2위 정도는 하고 있습니다.

파인트리는 `아름다운 지구`를 만드는 친환경기업입니다. 현재는 국내 미군부대공사만 하고 있습니다.

-서울 생활중 가장 힘들었거나 보람있었던 일을 소개한다면.

◆ 힘들었던 일이라면 섬유업체들이 줄도산사태를 맞았던 95년쯤이죠. 86~94년까지는 대 중국수출이 많아 호황기를 누렸지요. 하지만 95년부터는 중국이 섬유를 자체 생산하면서 강력한 경쟁국가가 됐지요. 갑을, 동국 등 대기업들도 줄줄이 무너졌죠. 저희 회사 또한 공장폐쇄, 인력구조조정 등 최악의 상황을 맞기도 했지요. 고비를 참고 이기자 국내 산업계를 파탄냈던 IMF가 왔지요. 하지만 섬유업계는 고환율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호황기를 보냈어요.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기술력을 키웠어요. 지금은 중국이 우리 업계의 기술경쟁력을 따라오지 못해요. 무쇠처럼 담금질을 통해 단단해진거죠. 보람 있었던 일 또한 임직원들과 함께 그 어려움을 견뎌낸 일이고요.

-개인적으로 성공한 CEO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 타인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람, 자기 주변에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성공 CEO라고 봅니다.좁게는 가정에서부터 친구, 직장 등이죠.

-앞으로의 계획이 소개한다면.

◆ 섬유분야에서는 중동이 특수지역이다보니 그쪽 여성들에게 획기적인 상품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차도르를 쓰고 다니는 중동여성들에게 폭염을 덜어줄 수 있는 상품들이죠. 건설분야에서는 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는 친환경건축물을 건립하는데 전력할 계획입니다.

-인생관 또는 좌우명이 있다면.

◆ 저 액자 보이죠(벽을 가리키며), `지성사달(至誠事達)`이라고. 성실하면 이루지못할 일이 없다는 의미죠. 정직하면 하늘에 통한다는 일본 속담과 일맥상통하지요. 자기 그릇하에서 정성을 다하자는 것입니다. 저 글은 청송이 고향인 심봉석 선생이 제게 특별히 주신거죠. `동그라미 그리려다`로 시작하는 `얼굴`이란 노래 있죠? 그 작시자이기도 합니다. 회사에서는 중용을 강조하고 있어요. 모나지 않게 균형을 맞추란 것이죠.

-고향분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 고향이 청송 안덕입니다. 고향분들에게 항상 고맙지요. 2년전 아버님 작고시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상여를 메고 장례를 도와주셨고, 청송의 5대성씨가 다 합의해야 가능한 아버지 송덕비도 세워주셨어요. 작년 기일때는 노인회관에서 고향분들이 손칼국수와 삶은 감자를 주셨죠. 눈물나게 맛있었어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었어요. 그게 고향분들의 마음입니다. 특별히 안덕제일교회도 고맙죠. 영원히 고향을 지켜주실 것입니다.

/이창형기자 chlee@kbmaeil.com

경북고·한국외국어대(일문학 학사, 경영학 박사)졸업, 무역의 날 대통령표창, 중소기업 유공 국무총리표창, 한국수출조합 부이사장, 한국수출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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