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 `뒷짐` 주민 갈등 키웠다”

상수원보호구역에 있는 조그만 시골 마을이 주민지원비 배분문제로 법정까지 가 게 된 원인은 국내 법체계의 미비와 행정기관의 관리감독 부재가 가장 큰 것으로 지적됐다.

애초부터 확실하고도 구체적인 지침없이 포괄적 규정만 있다보니 주민간의 다툼이 있었고, 행정기관 또한 이를 해결할 힘과 의지가 없어 뒷짐만 지고 있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와 비슷한 사건의 판례도 없다보니 주민간의 불신과 갈등의 폭만 커졌다. 그리고 최상급관청인 환경부, 국민권익위원회 등도 담당자의 성향에 따라 그때그때 행정지도가 오락가락 하는 등 한마디로 일관성이 없이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 해,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해결하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분쟁에는 1차 관리감독기관인 달성군청과 이를 감독하는 대구시마저 적극적인 해결노력을 보이지 않았고, 거의 주민에 맡겨놓다보니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이번 사태에 대한 지역 법률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대부분 전문가 “법의 원칙은 평등권 중요시한다”

피고측 변호인 “원주민에 주민지원비 돌아가야”

△이찬우 변호사

얼마전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장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이찬우 변호사는 “주민지원비는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개발행위 제한으로 인한 보상비 성격의 돈이므로 새로 이사온 사람도 지원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즉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 모두를 위해 공평하게 집행하는 게 법의 원칙이라는 것.

원주민은 물론 새로 들어온 사람도 똑같은 행위제한을 받는 만큼 원주민, 준주민, 비주민으로 구분해 차등지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마을규약 내용 중 마을에 헌신한 사람, 모범으로 주민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 비협조적인 사람 등에 관한 내용은 지극히 자의적 규정으로 무효의 규약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재명 교수(계명대학교·행정법전공)

손재명교수는 주민지원비는 재산권 제한으로 인한 주민불편을 국가가 보상하는 성격의 돈인 만큼 원주민, 준주민 구분없이 보상이 이뤄져야 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과거 원주민은 주민지원비가 나올 당시부터 계속 혜택을 입고 있는 상태이고, 새로 온 주민도 이곳의 주민이 확실한 만큼, 이주민에게 지원비를 못 줄 근거가 없다는 것.

또 현재 재산권제한은 원주민뿐 아니라 새로 이주한 사람도 받기 때문에 혜택 또한 공평하게 돌아가야 되는게 맞다는 입장이다.

△모대학 로스쿨원장

익명을 요구한 모대학 로스쿨원장은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라 세세히 말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헌법 이전에 법의 원칙은 평등권을 중요시한다. 이 경우 원주민과 준주민, 이주민으로 분리해 지원비를 차등화 하는 것은 법의 원칙과는 배치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재판을 통해 결과가 도출되겠지만, 주민 개념에는 늦게 이사왔다고 해, 주민이 아니라고 배제시킬 근거가 없는 만큼, 이주민에게도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문일 변호사

방문일 변호사는 주민지원비의 원래 취지로 볼 때 이주민에게도 지원비가 나와야 된다는 입장이다. 방 변호사는 올 1월25일 새로 고시된 환경부지침 중 `보호구역 지정이후 신규 전입하거나 토지를 취득한 자에 대한 개별지원을 제한한다`는 내용도 위헌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래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 당시 원주민들은 이주비 등을 별도로 받았고, 그 이후 매년 나오는 주민지원비는 새로운 행위제한 등으로 인해 받는 재산권침해 보전의 성격이 강한 돈인 만큼, 원주민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법 원칙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또 마을 규약도 합리성과 사회적 공정의 원칙이 결여된 것으로 보이며 법원칙과 동떨어진 자의적 규정이 많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성철 변호사

피고측 변호사인 이성철변호사는 주민지원비는 당연히 원주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최근 이사한 주민은 당연히 보호구역으로 인한 행위제한이 있는 걸 알고 이주한 만큼, 주민지원비 배제는 감수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수십년 전부터 생활불편을 받아온 사람과 어느정도 편리시설이 설치된 후 이주한 사람과는 상대적 차별성이 있어야 된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입주민이 오기 전 정해진 마을규약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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