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1년 동안 읽은 책이 있다. 물론 그 사이에 이런저런 다른 책도 읽었지만서도 말이다. 1년 전 여름방학 때,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조카가 일시 귀국해서 자신이 번역한 것이라며 건네준 책이다. 바로 `유전자만이 아니다`라는 책이다. 책의 쪽 수가 500쪽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번역 소개된 진화사회과학 책으로, 출판된 그 다음해에 대한민국학술원에서 선정하는 기초학문분야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내가 이해하는 사람의 유전인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요소이며, 내 조상들의 오랜 경험의 기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결정체라 생각한다. 내 몸 속에 흐르고 있는 유전적 정보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사람을 사람이게 한 것은 유전자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문화적 또는 환경적 요인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유전자만으로 사람의 행동을 분석하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바로 문화라는 유전인자로 인해 그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겠다. 즉 문화는 인간 사회의 모든 경험이 만들어낸 산물인 사회적 유전자인 셈이다. 문화가 변형되면 우리의 유전인자도 변형을 일으키게 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우리 인류는 진화해 왔고 또 앞으로 끊임없이 진화해 갈 것이다.

이 무더위에 인간의 본성 및 문화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된`유전자만이 아니다`와 함께 하는 것도 더위를 잊게 하는 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이정희(위덕대 일본언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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