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값 하락으로 산지 농가 `시름`
`소비가 변동없는 유통구조도 문제`

“작년에는 1등급 한우 암소 두 마리를 팔아야 받을 수 있던 돈을 요즈음엔 세 마리를 팔아야 비슷한 가격을 받을 수 있어 한 마리를 뺏기는 기분입니다”

포항시 북구 신광면 우각리에서 한우 67마리를 키우고 있는 김명수(54)씨는 터무니없이 떨어지는 소값과 날이 갈수록 오르는 사료값 때문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 5월 1등급 한우 암소 6마리를 출하했지만 마리당 평균 600만원 정도를 받았다. 이전에 1등급 한우 한 마리가 750~800만원 선에 거래되던 것에 비하면 떨어진 가격이다.

보통 송아지 한 마리를 입식하는데 150여만원이 들고, 인건비를 제외한 최소 비용인 사료비와 볏짚, 약값, 톱밥값 등을 합하면 20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이를 출하할 때 1등급이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날이 갈수록 오르는 사료값도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지난 2003년 5천원 미만이던 배합사료 한 포 판매가가 지난 3월 1천원 인상된 데 이어 이달 15일 1천원이 더 올라 2배 가까이 오른 1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소값이 예년보다 200만원 정도 하락해 소를 키울수록 적자를 보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농가는 적자를 보고 소를 파는데 고기값은 떨어지지 않는 구조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따르면 암소 1A등급(1㎏)의 영남권 도매시장일일경락가격은 1만2천958원으로 이는 전년말 대비 20.6%, 전년동월대비 22.9% 하락한 가격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축산농협 관계자는 “산지에서 1등급 거세소 중등육을 1㎏당 7천원을 받고 판매한다고 했을 때 도매가와 소매가를 거친 소비자 판매가는 30% 마진을 남겨도 2만4천원 수준인데 시중에서는 3만5천원 상당에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산지가격이 급락한 데에 비해 식당과 음식점 등의 판매가격에 변동이 없는 것은 소고기의 유통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형마트와 축협직영매장은 도축가공업체와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판매할 수 있지만 식당과 음식점 등은 농가-도축 가공업체-중간 유통업체-정육점·식당·대형유통업체-소비자 등 5단계를 거치면서 가격이 계속 상승하기 때문.

김상율 한우협회 포항시지부장은 “산지 농가가 더 힘들어지는 것은 기형적 유통구조뿐 아니라 수입 소고기를 판매하는 고깃집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한우에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라며 “중간 마진을 줄여 생산자와 판매자, 소비자 모두를 위한 실리적인 정부 시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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