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당 안채와 누다락, 안경당 배치도
창덕궁 후원의 연경당 뒤뜰에 있는 우신문(佑申門)을 들어서면 안채를 만난다. 우신문은 그 높이가 낮아서 사랑채와 안채를 오갈 때 조심스러움을 사람이 절로 느끼도록 하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신문의 이름은 도울 우(佑)자에다, 납 신(申)자는 `원숭이` 외에도 `되풀이하다`란 뜻이 있다. 그래서 우신(佑申)은 `돕기를 거듭 한다`는 뜻이 된다. 즉 `하늘이 나라 돕기를 거듭 한다`는 말일 수도 있다.

연경당의 안채는 일반 상류주택의 안채와는 달리 부엌 없이 안방 하부에 불을 때는 함실아궁이가 있고 그 위에는 한 칸의 누다락으로 꾸몄다. 원래 사대부 집에는 이곳이 부엌자리이지만 연경당은 그렇지 않다. 이는 대가(大家)에서 부엌 칸을 반찬을 만드는 반비간(飯備間)이라 하여 별채로 독립시킴으로써 그 자리에다 부엌대신 누다락을 꾸며서 사랑채의 누마루 용도처럼 안채의 여성들도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이 누다락 이외에는 모두 일반 상류주택과 같아서 좌측에서부터 2통칸 온돌안방, 2칸 대청, 2칸 온돌건넌방 그리고 작은 대청 순으로 배치하여 사랑채의 침방(寢房)과 연결하고 있고, 대청과 건넌방, 작은 대청 전면에는 반칸 툇마루를 두어 사랑채의 사랑방 좌측 작은 대청과 연결해 놓았다. 또한 연경당은 살림살이에 쓰이는 공간이 보통의 사대부 집에 비해 무척 좁다. 이는 아마도 연경당이 왕실의 사대부 생활 체험 위주로 지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경당 안채의 안방에서 대청마루 측으로 바라보면 사랑채까지 공간이 쭉 이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한옥의 여름 공간구성 특징 중 하나인 개방성을 엿볼 수 있다. 장지문을 열고 닫는 것만으로도 방이 생기기도 하고 벽이 생기기도 한다. 건물 밖에서 보기엔 사랑채와 안채가 내외담을 통해 완전히 구분되어 있는 것 같지만 건물 안에서는 이처럼 문만 열면 다 통하게 되어있다.

안채 누다락의 좌측 뒤에 있는 통벽문(通碧門)을 지나면 작은 울타리 속에 별채가 있다. 이것이 연경당의 부엌공간인 반비간(飯備間)이다. 통벽(通碧)이란 `푸른 곳으로 통한다`는 뜻이다. 조선시대 사대부집에 귀한 딸을 집안 가장 깊은 곳에 고이 감춰 놓는 곳이 원래는 바로 이 별채이고 이 별채에 머무는 귀한 딸이 우리가 흔히 들었던 `별당 아씨`이다. 하지만 연경당에서는 이 별채에 별당 아씨를 모시는 대신 반비간을 두었다. 반비간은 원래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집안의 모든 음식을 조리하고 저장하며 물품을 관리하고 빨래를 손질하며 바느질을 하는 등 집안의 안살림을 하는 곳으로 조선시대 여인들의 눈물과 웃음소리가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안채의 후원에는 뽕나무, 배나무, 앵두나무, 감나무, 철쭉 등을 식재하여 일반 사대부집 후원에 과목을 심는 전통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창덕궁 후원에 있는 사대부집 연경당은 언제 들러도 조선시대 선비를 마주 대하는 기분을 갖게 한다. 언제 창덕궁에 입궐하여 조선왕조 궁궐의 그윽함에 취해도 보고 궁궐안의 사대부집 연경당도 탐방하여 잠시 흩어졌던 마음을 달래 보면 어떨까.

/영남이공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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