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칠포리 암각화(경북 유형문화재 제249호)는 우리나라 암각화연구의 새로운 장을 연 중요한 유적이다.

포항 흥해읍 칠포리 201번지와 334번지 해안도로변, 749번지 등 곤륜산 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암각화는 국보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 등 다른 지역 암각화가 사실적 표현의 그림인 반면 추상적 표현의 유일한 암각화로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독자적 형상으로, `한국식 암각화`유적의 발상지로 평가되고 있다.

또 청하면 신흥리 오줌바위 별자리형 구멍바위 유적은 천문관측유적으로 희귀한 암각화이며 기계면 인비리 암각화는 1985년 발견 당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동해면 석리 인면암각화는 2000년 초에 발견될 만큼 포항지역은 암각화 군집지라 할 수 있다. 인비리 암각화는 국내 최초의 고인돌 암각화로 이름 높은 것이다.

그 외에도 신흥리 천문유적이나 눌태리의 윷판형암가화를 비롯해 별자리형 바위구멍 등 다양한 선사유적들이 포항지역 도처에 발견되고 있다.

이처럼 포항지역은 암각화유적의 분포와 그 내용의 다양성으로 인해 명실상부한 `암각화의 고장` `선사미술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선사·고대 정신세계는 물론 영일만 지역의 선사문화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 11, 12일 이틀간 포항 칠포파인비치호텔 세미나실에서 열린 `영일만 선사시대와 칠포리 암각화`주제의 국제학술대회는 포항시가 영일만 지역의 선사문화의 연구동향과 칠포리 암각화의 학술 연구 방향 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지난 1990년 발견 이후 20년 동안 칠포리 암각화 자료 발굴과 정리, 연구에 노력해온 한국암각화학회는 이날 행사를 주관해 암각화 발견 발견 이후 그 내용과 유래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던 칠포리 일대 암각화의 의의와 상징세계를 명확히 규명하고 암각화 보존을 위한 과학적 방법의 이해와 암각화의 문화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짜임새 있는 행사를 치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봉원 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가 주제 발표한 내용은 칠포리 암각화 문화의 생성은 포항·영일만 지역의 토착 주민들의 내재적·독자적인 문화발전의 맥락에서 이뤄진 자생적 암각화라는 것을 규명했으며 건국대 김기덕 교수가 발표한 칠포리 암각화의 문화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은 세계 암각화 연구에 있어 한반도 암각화의 세계화로의 문을 폭넓게 열어주었다.

이로써 한국암각화회는 한반도 암각화유적에서도 가장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하고 `추상 암각화의 메카`로 불려지는 칠포리 암각화가 한국암각화에 있어 본격적인 연구시점을 찾아내는 중요한 자리가 됐다.

학술대회에는 세계 암각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중국 내몽골 인산암각화 연구자인 쉬잉 내이몽골대 교수와 동국대 윤명철 교수를 비롯해 국내외 8명의 전문가들이 발견과 연구, 출현과 배경, 변천, 보존과 활용, 문화콘텐츠로서의 가능성 등 부문에서 주제발표했다.

또한 채미하(경희대)·김인희(전북대)·하문식(세종대) 교수와 박문하(동대해문화연구소 이사장)·황인(향토사학자)씨 등 15명이 토론과 종합토론에 참여했다.

2일차인 12일에는 흥해 칠포리 일대 암각화, 청하 신흥리 오줌바위 암각화, 기계 인비리 암각화, 동해 석리·상정리 암각화 현장답사로 이어졌다.

한편 국보 제288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위치해 있는 울산에는 2008년 5월30일에 울산 암각화박물관이 문을 열어 지난 4월까지 32만1946명의 관람객이 방문했고 매년 특별전과 문화강좌, 한국암각화 유적조사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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