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그릴라에 있는 라마교 사원 송찬림사로 향했다. 송찬림사는 티벳 라싸의 포탈라궁을 닮아 작은 포탈라궁이라 부른다. 상그릴라 도시 북쪽의 낮은 산 하나를 넘으면 송찬림사를 볼 수 있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우린 잠시 기다렸다. 주차장 북동쪽 산비탈에 상그릴라란 글씨가 눈에 띈다. 꽤 멀리 있는데 눈에 띌 정도니 엄청 크게 써 놓은 글씨다. 입장권을 끊은 다음 사찰 주차장까지 이동하는 전용 전동 버스로 옮겨탔다. 버스는 돌로 포장된 도로를 더덜더덜 달린다. 고개에 올라서자 정면으로 금동기와의 송찬림사 세 동 건물이 웅장한 성처럼 차창을 가득 채운다. 햇살이 잘 들게 된 건축이다. 송찬림사 주차장에 내렸을 때 커다란 돼지 한 마리가 먹을 것을 찾아 어슬렁거린다. 이곳은 대부분의 동물들을 방목한다.

오체투지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체투지는 온몸으로 땅에 엎드려 땅과 가장 밀접한 자세를 취하는 몸기도다. 온몸으로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마치 내가 저지른 부정한 짓에 용서를 청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종파는 달리해도 그들의 기도에 내 마음을 살며시 올려본다. 감사하자. 그러면서 그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배에는 앞치마, 무릎에는 두꺼운 천을 덧붙였다. 그리고 손에는 목장갑을 꼈다. 엎드렸다가 일어나 다시 몸의 길이만큼 앞으로 고개를 숙이며 두 손을 모았다가 쭉 편다.

경건한 자세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다 송찬림사로 오르는 계단을 밟는다. 꽤나 가파른 계단이다. 해발 3,500m 되는 곳이라 천천히 걷는다. 계단 옆으로 작은 법당이 있다. 그 법당은 지역별로 돈을 내서 지은 법당이다.

송찬림사는 300여 년 된 티벳 사원으로 1679년 달라이 라마 5세 때 창건하였다. 티벳어로 송은 셋의 의미하며, 찬은 부처, 림은 낙원을 의미한다. 운남성에서 가장 큰 라마교 사원으로 티벳 건축 양식에 따라 산의 지형을 잘 이용한 기도처다. 문화혁명기에 부분적으로 파괴된 것을 후에 복구하였다.

“이곳 상그릴라에서는 스님이 되는 것이 최고의 영광입니다. 자식을 낳으면 스님이 되길 바라고, 이 사원에 보내는 것이 가문의 영광입니다.”

어찌 안 그렇겠는가. 믿음은 그 믿음의 핵심을 알아야 한다. 핵심이란 것은 결국 종교의 가르침대로 따라야 한다. 종교와 정치, 종교와 생활,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생각하는 이곳 장족들에게 송찬림사는 믿음의 중심이 되는 자리다.

계단을 오르면 분홍색 계통의 벽이 앞길을 막는다. 곧바로 법당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벽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옮기기 전 아래를 내려본다. 제일 낮은 곳 연못에 흰색의 탑이 있는 작은 섬이 보인다. 그 건너 응달엔 눈이 희끗희끗 쌓여 있다.

오체투지 하는 사람들이 사원을 돌면서 계속 이동한다. 자외선 강한 햇살 아래 특유의 상그릴라 건축물이 독특하게 빛난다. 집안으로 빗물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배수관이 건물 밖으로 길쭉이 빠져나와 있다. 그 또한 물을 잘 활용하기 위한 지혜일 것이다. 지붕은 슬레이트 형태와 나무껍질의 너와지붕이다.

숨 가쁘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제일 왼쪽에 있는 법당으로 옮긴다.

법당에 들어가기 전 주의할 점 몇 가지를 상기한다. 법당의 문턱을 밟지 말 것, 실내에서 사진 촬영하지 말 것, 모자 벗을 것, 부처님을 가리킬 때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말고 손 전체로 가리킬 것.

모자를 벗어 아예 간이용 배낭에 넣었다. 송찬림사는 세 체로 되어 있다. 판첸 라마를 모신 건물, 대웅전, 석가모니불을 모신 건물 이렇게 세 동으로 되어 있다. 가운데 대웅전은 수리중이라 입장할 수 없다. 첫 번째 건물에 들어갔다. 입구에선 스님이 소라로 만든 나발을 북소리 사이에 연주한다. 드리운 커튼을 열고 법당 안에 들어서자 커다란 금동 불상과 그 불상 앞에 판첸 라마 사진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달라이 라마가 아니다.

중국에서는 인도 다름살라로 피신한 달라이 라마를 인정하지 않는다. 티벳 독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달라이 라마는 대를 이어 출현하는데 보통 두 사람을 임명한다. 그 두 사람이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다. 예전에는 달라미 라마와 판첸 라마 두 분의 사진이 놓았는데 오래 전 어느 해부턴가 달라이 라마 사진을 치웠단다.

불자들이 법당 안에서 시주를 하고, 스님의 안수를 받는다. 스님이 작은 염주를 선물한다. 불상 앞에는 물 7그릇과 이상한 형태의 꽃 모양이 놓여 있다. 티벳은 쌀이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먹을 것이 부족하다. 오래 전, 부처님께 공양할 것이 없어 물을 받쳤는데 그것이 관례가 되었단다. 즉 물로써 마음을 표시한 것이다. 꽃은 치즈와 보리로 만들어 놓았다. 그것 역시 티벳에서만 가능한 불심의 한 예일 것이다. 꽃도 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야크 젖으로 만든 치즈를 둥글둥글하게, 그리고 보릿가루를 물에 이겨 둥글게 만들어 부처님 전에 꽃처럼 장식한 것이다. 티벳 민족의 깊은 불심을 엿보게 하는 공양이다.

첫 번째 법당을 나와 공사중인 가운데 건물을 지나 제일 끝 건물에 들어섰다. 마지막에 들른 석가모니불 안의 특징은 기둥이 사각형으로 되어 있다. 이곳 민족의 토착신앙과 맥을 같이 하는 한 형태다. 사원에는 많은 스님들이 보인다. 이곳 스님의 식탁 음식은 우리나라 사찰음식 형태와 많이 다르다. 고기를 먹어도 되고 술을 조금 마셔도 된다. 고산이다 보니 그런 것을 먹지 않고는 수도하기 힘들단다.

광장으로 나오자 서편 멀리 하얀 설산이 송찬림사와 같은 높이로 머물고 있다.

송찬림사를 벗어나며 송찬림사 가까이 산 정상에 꽂아둔 깃발을 본다. 혹시 저곳이 티벳 민족이 행한다는 천장(天葬)하는 곳이 아닐까? 기사에게 물어보니 그렇단다.

이곳 민족들의 장례 풍습은 보통 네 가지로 행해진다고 한다.

첫째가 토장(埋葬)으로 악한 생을 산 사람들에게 행하는 장례법이고, 둘째가 천장(=조장)으로 죽은 사람의 육신을 조각조각 내어 독수리나 까마귀의 먹이로 준다는 장례법이다. 이 장례가 가장 고급 장례로 참관할 수 있는 사람은 라마승, 그리고 사자(死者)와 가장 가까운 인척 한두 명이란다. 셋째가 수장으로 라마교의 승려로 살다가 병으로 죽은 사람에게 행하는 장례법이다. 넷째가 탑장으로 병없이 라마승이 죽으면 탑 안에 시신을 안치하는 장례법이다.

이 중 가장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이 천장이다. 사람의 시신을 108조각 내어 그것을 새들의 먹이로 준다는 장례법. 죽어서 새들을 통해 하늘나라로 간다는 믿음은 아무래도 천국은 저 푸른 창공에 있다는 확신이 아니면 행할 수 없는 장례법일 것이다. 하지만 이 장례법은 경비도 많이 들고, 일반인이 쉽게 참관할 수 없다고 한다.

육신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시간 또한 불교 용어로 찰라 아닐까?

송찬림사를 벗어나 장족 민가를 찾았다. 나들이 나간 소, 돼지, 닭들의 1층 빈 우리를 보곤 2층 방에 들어가 수유차를 마신다. 장족의 불심을 엿보게 하는 불당이 벽 한쪽에 잘 꾸며져 있다. 그들의 불심 안에 상그릴라는 이상형으로 머문 것 아닐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