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항일의 맥 끊으려 앞마당에 철로 가설

丁자형의 누각으로 된 군자정.
안동시 법흥동 안동댐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임청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1858~1932년·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선생의 고택이다.

이곳은 독립운동을 철저히 탄압한 일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용(用)자 형태의 임청각은 1515년 조선 양반들이 살았던 목조건물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건축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성 이씨 집안의 종택이기도 한 이 집은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에 법흥사라는 절이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데 1500년대 초에 99칸의 대저택으로 조성됐으나 일본강점기인 1930년 후반에 중앙선 철도가 집 마당을 가로지르면서 50여칸으로 줄어드는 아픔을 겪었다.

안채·사랑채·행랑채와 크고 작은 마당의 배치가 이채롭다. 임청각 현판 글씨는 퇴계 선생의 것이다. 별당형 정자인 군자정 안엔 이현보·이항복 등의 시 편액이 걸려 있다. 이 집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령(국가원수)을 지낸 석주 이상룡 등 아홉명의 독립운동가가 배출됐다고 한다. 사당 건물이 있는데 위패를 모시진 않는다

임청각 주변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벽돌탑인 국보16호 안동 신세동 7층 전탑이 있으며 안동댐과 보조댐 사이의 아름다운 호수를 가로지르는 월영교가 볼만하다.

통일신라시대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안동 신세동 7층 전탑은 1천년 넘게 풍상을 견디며 꿋꿋한 자태를 뽐내 왔지만, 일제가 불과 몇 미터 옆에 철길을 내는 바람에 70년 가까이 밤낮으로 소음과 진동에 시달리면서 급격한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

벽돌로 된 탑을 전탑이라고 하는데 문화재 전문가들은 “이 전탑을 두고 우리나라 전탑의 시원과 조형미를 보려면 안동으로 가야한다”고 극찬하고 있다.

전탑은 석탑과 달리 흙을 구워 벽돌로 만들어서 쌓은 탑을 말하는데, 탑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전탑이 석탑에 비해 그 수가 적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리중간 팔각정과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안동호 속의 조명과 형형색색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대는 물안개 피어오르는 밤의 환상적인 데이트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고택체험과 함께 유교와 전통문화의 고장답게 안동은 수많은 보물과 문화재를 관리하고 전시하는 21개의 박물관과 전시관이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특히 유물 없는 박물관으로 국내 첫 디지털박물관인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은 안동문화권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고 문화유산과 전통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또 바로 옆에 조성된 웅부공원은 옛 안동대도호부의 수문장 교대의식이 재연돼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안동민속박물관은 유교문화 중에서 관혼상제를 중심으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과정인 평생의례와 생활문화인 의식주 생활, 학술과 제도, 수공업, 민간신앙 그리고 안동문화권의 다양한 민속놀이 등을 연출하고 있다.

이외에도 안동댐과 해상촬영장, 월영공원, 물박물관, 공예문화전시관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