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천억원대에 이르는 포항시 금고를 잡아라”

오는 12월 계약이 만료되는 포항시 금고를 유치하기 위한 금융기관들의 물밑경쟁이 벌써부터 시작됐다.

포항시 금고는 일반회계 8천여억원, 특별회계 4천여억원 등 모두 1조2천억원대(2010년 기준). 비중이 큰 일반회계는 대구은행이, 특별회계는 농협중앙회 포항시지부가 맡고 있다.

시 금고 유치전에는 현 계약기관인 대구은행과 농협을 비롯해 지난 2008년 공개경쟁에서 아깝게 탈락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참여할 것으로 보여 4파전 양상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시가 이번 시 금고 기관선정을 종전의 공개경쟁 방식에서 수의계약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루머가 최근 금융계에 퍼지고 있기 때문.

시는 지난 2005년까지 수의계약으로 금융기관을 선정해오다 박승호 시장이 시정을 맡은 지난 2008년부터 공개경쟁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시는 기존 계약기관(대구은행·농협)의 그동안 지역 기여도와 시민들의 이용 편리성 등을 내세워 종전 방식인 수의계약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낭비적인 소모전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게 시의 복안이다.

이럴 경우 대구은행과 농협이 재계약될 가능성이 높다.

대구은행은 그동안 시장학금으로 매년 5억원씩 총 20여억원을 내놓았고, 농협도 5억여원을 시에 기탁했다. 대구은행은 30여년간 시 금고 운영의 경험과 포항에만 20여개의 점포를 개설한 점을 내세우고 있고, 농협은 읍·면지역에까지 온라인망이 구축돼 있는 금융 편리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지역 기여도는 미미하다.

신한은행은 외자·해외기업 유치 활동이외에 뚜렷하게 내세울만한 것도 없는 상태며 포스코 설립당시부터 주거래은행을 맡아 온 우리은행도 시 장학금 2천여만원을 낸 것이 전부다.

시 금고 선정요건은 △지역기여도 및 협력사업 추진 능력 △금융기관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 △지역민 이용 편의성 △대출·예금 금리 △금고업무 관리능력 등 행정자치부가 제시한 5개 지침이 크게 작용한다.

여기에 시가 시의회의 조례개정 등을 통해 현 공개경쟁 선정방식을 수의계약으로 바꿀 수 있다.

시 재정관리과 권영숙 계장은 “시 금고 기관 선정방식을 놓고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며 “다만 행자부 지침과 시의회의 협조를 얻어 수의계약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6개월이상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측은 발끈하고 있다.

신한은행 김완섭 포항지점장은 “포항시가 만약 시금고 기관 선정을 공개경쟁 방식에서 수의계약으로 바꿀 경우 특혜논란이 우려된다”며 “기존 공개경쟁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시 금고 기관선정은 박승호 시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금융계 안팎의 여론이다.

한편 공개경쟁 방식으로 시 금고기관을 선정할 경우 계약 만료 40일 전까지 신청 금융기관을 접수받아 7명으로 구성된 금고지정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게 되며 계약기간은 내년부터 오는 2014년까지 3년 동안이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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