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서울 가선

용변도 못 본다.

오줌통이 퉁퉁 불어 가지고

시골로 내려오자마자

아무도 없는 들판에 서서

그걸 냅다 꺼내들고

서울 쪽에다 한바탕 싸댔다

이런 일로 해서

들판의 잡초들은 썩 잘 자란다

서울 가서 오줌 못 눈 시골 사람의

오줌통 불리는 그 힘 덕분으로

어떤 사람들은 앉아서 밥통만 탱탱 불린다

가끔씩 밥통이 터져 나는 소리에

들판의 온갖 잡초들이 귀를 곤두세우곤 한다.

자본주의 실상과 모순이 확연히 드러나는 비정하리만큼 서늘한 공간 서울이라는 냉엄한 공간을 대상으로 이분화 된 세상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는 시이다. 야유와 조롱이 뒤섞인 시인의 어투가 매우 직설적이고 직선적이다. 지방 소외, 서울 집중이라는 왜곡된 시대적 가치를 거부하고 반기에 드는 재미있는 시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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