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의 나들이에 어머니는

밤 내 가슴을 뒤척였다

몇 년 동안 옷장에 걸려있던 투피스를 입기위해 스타킹을 신는데

문득 어머니의 종아리에 마른 길이 생겼다

그 때 마다 어머니는 조심해서 신어야겠다고 살살 잡아 올리지만

스타킹엔 다시 새 줄이 늘어났다

스타킹에 자꾸만 길을 내는 어머니를 위해

나는 어머니의 발에 풋크림을 발라준다

풋크림을 바르고 맛사지를 해준다

그 때마다 손바닥에 걸리는 어머니의 발바닥

어머니의 굳은 발바닥에 길을 내는 동안

어머니의 종아리 살은 더욱 더 마른 길이 되고

내 손도 그 길을 따라 마른길이 되고 있었다

몇 켤레의 스타킹을 더 버리고서야 비로소

길 위의 길이 된 어머니의 발

그 샛길 위로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세상에 가장 위대한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어머니의 희생과 정성과 사랑이 아닐까. 늙은 어머니가 거친 한 생을 건너오시면서 만들어온 길. 그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들을 함께하면서 시인은 그 길을 보고 가슴 저미는 슬픔을 느끼고 있다. 아니 자기 자신도 어느덧 그 비슷한 길을 만들며 그 길을 걸어오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는 길 위의 길이 된 어머니, 둥근 보름달로 떠오른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의 눈물이 잔잔히 흘러오는 시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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