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행의 화두는 이제 `골목투어`가 대세다.

골목투어에는 6·25 전쟁 때 피난 온 문인과 예술가의 일화는 물론이고 바닥에 이상화의 시구가 새겨진 길을 걸으며 지역 최초의 고딕양식인 계산성당, 화가 이인성의 사과나무, 가곡 `동무생각`의 청라언덕, 100년된 선교사의 집들이 반기는 모습을 찬찬히 볼 수 있다.

한약냄새가 나고 이중섭의 은박지 그림,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대구 중구 골목투어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근대의 추억과 유년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최근 인기 TV 프로그램인 `1박2일`에 소개된 뒤로는 더욱 대구 도심의 골목투어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에는 `근대화 문화의 발자취`와 `달구벌 그때 그시절`이 오롯이 남아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대구 중구는 올해부터 야간투어와 `대구 10미 맛투어`도 마련하는 등 모두 5개 코스로 나눠 참가 인원에 따라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우선 투어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2코스인 `근대문화의 발자취`를 먼저 살펴보고 다음편에 1코스인 `달구벌 그때 그시절` 구간을 찾아본다.

■가장 인기있는 2코스

골목투어는 1코스인 경상감영공원~향촌동~대구역~종로초등학교~달서문~섬유회관~오토바이골목~삼성상회~달성공원으로 이어지는 2㎞ 구간과 동산 선교사 주택을 출발해 3·1만세운동길~계산성당~이상화·서상돈 고택~성밖골목~제일교회~염매시장~종로~진골목의 1.7㎞ 구간인 2코스로 나눠진다.

이어 최근에 마련된 3코스인 남성로~동성로~교동 귀금속거리~서문시장 구간과 4코스인 국채보상공원~야시골목~봉산문화거리~대구향교~건들바위, 5코스인 관덕정~문우당~성유스티노신학대학~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성모당 등 모두 5개 코스다.

1~2코스는 매월 둘째 넷째주 토요일과 셋째주 목요일에 오전 10~12시에 문화해설사가 함께 동행해 자세한 설명으로 안내를 해주고 있으며 3~5코스 구간은 단체관람객이나 희망자가 있으면 투어가 실시되지만 폭염이 쏟아지는 7~8월과 겨울철 1~2월은 쉬게 된다.

특히 근대문화 변천사와 야간 조명에 비친 아름다운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오후 7~9시에 관덕정~성모당~선교사주택~계산성당~이상화고택~경상감영공원 구간에 한해 야간투어를 실시한다.

이어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전10~12시 골목투어 2코스를 돌며 대구의 명물 따로국밥과 동인동 찜갈비 등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 10가지를 맛볼 수 있는 `대구10미 맛투어`가 준비돼 있다.

■동산 청라언덕

본격적인 봄철을 맞은 이맘때 동산동에는 대구출신 작곡가 박태준 선생이 쓴 가곡 `동무생각`에 등장하는 청라언덕에서 출발하는 2코스가 제격이다.

청라언덕에는 3채의 미국 선교사의 사택이 담쟁이 넝쿨을 겹겹이 껴안은 채 자리잡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존슨원장이 이곳으로 병원을 이전하면서 허허벌판인 이곳에 미국 미조리주에서 사과나무 72그루를 심었고 그 자손목이 아직도 자라고 있으며 보호수로 지정돼 있어 대구가 사과의 주산지로 유명세를 탈 수 있는 시초가 된 곳이다.

한국의 기와 형태와 서양의 벽돌조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사택은 전형적인 미국 서부의 방갈로 풍이다.

선교사 스위츠 사택은 선교박물관으로 챔니스 주택은 의료박물관, 블레어 주택은 교육 역사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어 찬찬히 둘러본 뒤 왼쪽으로 접어들면 자연스럽게 90개의 돌계단으로 만들어진 3·1만세운동 계단으로 이어진다.

■이상화 시인과 서상돈 고택

계단을 다 내려서면 고딕양식의 계산성당이 눈앞에 우뚝 서 있다. 6·25 전쟁중이던 1950년 12월 계산성당에서 박정희 전대통령과 육영수여사가 결혼식을 올렸고 성당 마당에는 이인성화백의 사과나무가 투어객들을 반긴다.

계산성당 동쪽 문으로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 제독 이여송과 함께 한국에 왔다가 정유재란 때 전쟁을 평정한 후 조선에 귀화한 두사충 장군의 일화가 담긴 곳이다.

이곳에서 왼쪽길을 걸으면 인도 바닥에 이상화 시인의 `빼앗길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가 적혀 있고 좌측 편에는 100년 전의 사진과 파타일로 조각된 서상돈, 이상화 시인의 얼굴 형상에다 일제강점기 때의 태극기 등 문화관광해설사의 또렷한 음성으로 해설이 곁들여진다.

봄의 의미를 되새기며 걷다보면 돌아가시기 전 4년동안 지냈던 이상화시인의 고택과 함께 국채보상운동을 주창한 영남의 거상 서상돈 고택이 나온다.

이들의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슴에 되새기며 성밖골목으로 향하면 감초와 여러 한약재가 썪여 있는 알싸하면서도 달짝지근한 한약냄새가 코를 찌르는 3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약전골목에 도착한다.

■약전골목과 진골목

곧바로 경북지역 개신교 최초의 교회인 제일교회가 나오고 아기자기한 건물이 너무나 아름답다. 예배당과 종탑건물이 유형문화재 30, 31호로 지정되어 있고 종탑 1층에서 5층까지의 창문을 모두 다르게 디자인돼 더욱 아름다운 모습이다.

한약향기에 취해 걷다 보면 종로에 이어 400여m의 `진골목`이 등장하고 화교 소학교를 거쳐 1,7km의 투어가 끝이 난다.

진골목은 조선시대부터 있던 오래된 골목이다.`진`은 경상도 말로 `길다`라는 뜻으로 경상감영터로 이어져 있다.

대구 중구 골목문화관광해설사 김종석씨는 “조선시대 양반들은 영남 제일관문에서 진골목 옆에 있는 큰길을 따라 경상감영으로 향했지만 양반들과 만나길 꺼리는 일반 백성들은 이곳 진골목을 통해 경상감영으로 가는 주된 통로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근대 초기 고려시대부터 달성과, 동산, 계산, 남산, 종로 등 일대를 기반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호족 달성 서씨들의 집성촌이었다. 지금의 화교협회와 화교소학교를 포함한 일대가 그의 땅이었고 종로숯불갈비, 진골목식당, 미도다방 건물의 주인은 서병국의 친척인 서병원의 저택이었다.

근대에는 코오롱 창업자 이원만씨와 금복주 창업자 김홍식, 그리고 평화클러치 창업자 김상영 같은 부자들이 살던 곳이다.

경상감영공원에서 향촌동, 대구역, 종로초, 섬유회관, 오토바이골목, 삼성상회, 달성공원을 도는 일명 `달구벌 그때 그 시절` 골목 탐방 코스는 하편에 이어진다.

대구 중구 도심속 골목투어는 무료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미리 중구청 홈페이지나 전화(053-661-2194)를 통해 예약도 가능하다.

지난 한해 모두 294차례의 공식적인 골목투어를 실시해 7천여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문화관광해설사만도 10명이 있어 상시 운용되고 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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