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은 1913년 일본인들의 손에 의해 수리된 후 그 원형이 상당부분 훼손됐다. 특히 건축실내 온열 환경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석굴 실내 환경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일조가 부족하고 환기가 안돼 습기가 차서 본존불을 비롯한 모든 조각상에 청태(靑苔)가 발생해 1300여 년간 고이 간직해 온 신라인들의 문화유산이 심각한 훼손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인들이 수차례 증기세척 등으로 보수를 시도했으나 자연환경을 슬기롭게 이용한 신라인들의 석굴 내부 환경조절 기술에는 이르지 못하고 실패하고 만다.
현재의 석굴암은 해방 후 1964년 고 황수영 박사를 필두로 석굴 내부 환경조절을 위한 석굴암 원형 복구공사를 시도하다 일인들이 시공한 90cm 두께의 콘크리트 돔(Dome) 해체에 실패하고 결국은 인공적으로 석굴환경을 조절하기에 이른다. 황 박사는 석굴 내부 환경 인공조절을 위하여 일인들이 축조한 돔 위에 1m정도의 공간을 두고 다시 콘크리트 돔을 축조하고 석굴 우측 공간에 기계실을 만들어 공기조화기를 설치하여 닥트(Duct)를 따라 본존불 전면 바닥에 설치된 취출구로 온도 20도 습도 50%로 조절된 공기를 일년 365일 송풍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 공급된 공기는 본존불 배면 바닥에 가로 세로 75cm정도의 흡출구를 따라 다시 공조기로 환풍되는데 필자가 현장 조사를 갔을 때 당시 소음의 원인은 바로 이 흡출구에 덮어 둔 루버(Louver)형으로 제작한 철제 덮개에 있었다. 초속 2m 정도로 흡출구에 빨려 들어가는 공기와 루버형 덮개 사이의 마찰음이 문제였었다. 여기서 발생한 마찰음이 본존불 상부의 돔 천장에 공명(共鳴)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토함산 해발 565m에 조성된 석굴 내부는 말할 나위 없이 조용하다. 더더욱 스님이 새벽예불을 올리는 새벽 3~4시에는 아마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들릴 것이다. 하물며 이 시간에 돔 천장의 공명에 의한 소리는 스님에게 얼마나 크게 들렸을까.
원인을 규명한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공기조화기의 송풍벨트를 교체하고 유속을 조절하여 문제를 일단락 짓긴 하였지만 신라인들이 자연 환경을 이용한 석굴 원형 복구 연구는 필자에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숙제다.
/영남이공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