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 옆 공기정화 기계실 입구. 석굴암 석굴 위에 만들어진 콘크리트 돔
1995년 불국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국보 제24호 석굴암의 석굴 내에 원인불명의 소음과 진동으로 석굴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연락을 받고 이를 규명하기 위해 현지 조사를 간적이 있다. 석굴암 석굴의 구조는 화강암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었으며 직사각형의 전실과 원형의 주실이 복도 역할을 하는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360여 개의 넓적한 돌로 주실의 천장을 돔으로 구축한 건축 기법은 유례가 없는 뛰어난 기술이기도 하다.

석굴암은 1913년 일본인들의 손에 의해 수리된 후 그 원형이 상당부분 훼손됐다. 특히 건축실내 온열 환경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석굴 실내 환경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일조가 부족하고 환기가 안돼 습기가 차서 본존불을 비롯한 모든 조각상에 청태(靑苔)가 발생해 1300여 년간 고이 간직해 온 신라인들의 문화유산이 심각한 훼손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인들이 수차례 증기세척 등으로 보수를 시도했으나 자연환경을 슬기롭게 이용한 신라인들의 석굴 내부 환경조절 기술에는 이르지 못하고 실패하고 만다.

현재의 석굴암은 해방 후 1964년 고 황수영 박사를 필두로 석굴 내부 환경조절을 위한 석굴암 원형 복구공사를 시도하다 일인들이 시공한 90cm 두께의 콘크리트 돔(Dome) 해체에 실패하고 결국은 인공적으로 석굴환경을 조절하기에 이른다. 황 박사는 석굴 내부 환경 인공조절을 위하여 일인들이 축조한 돔 위에 1m정도의 공간을 두고 다시 콘크리트 돔을 축조하고 석굴 우측 공간에 기계실을 만들어 공기조화기를 설치하여 닥트(Duct)를 따라 본존불 전면 바닥에 설치된 취출구로 온도 20도 습도 50%로 조절된 공기를 일년 365일 송풍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 공급된 공기는 본존불 배면 바닥에 가로 세로 75cm정도의 흡출구를 따라 다시 공조기로 환풍되는데 필자가 현장 조사를 갔을 때 당시 소음의 원인은 바로 이 흡출구에 덮어 둔 루버(Louver)형으로 제작한 철제 덮개에 있었다. 초속 2m 정도로 흡출구에 빨려 들어가는 공기와 루버형 덮개 사이의 마찰음이 문제였었다. 여기서 발생한 마찰음이 본존불 상부의 돔 천장에 공명(共鳴)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토함산 해발 565m에 조성된 석굴 내부는 말할 나위 없이 조용하다. 더더욱 스님이 새벽예불을 올리는 새벽 3~4시에는 아마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들릴 것이다. 하물며 이 시간에 돔 천장의 공명에 의한 소리는 스님에게 얼마나 크게 들렸을까.

원인을 규명한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공기조화기의 송풍벨트를 교체하고 유속을 조절하여 문제를 일단락 짓긴 하였지만 신라인들이 자연 환경을 이용한 석굴 원형 복구 연구는 필자에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숙제다.

/영남이공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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