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밥이 언제 어떤 모양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아니 내 인생이 후반전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나 또한 매서운 겨울 맨몸으로 당당히 서 있는

이 배롱나무이 의연함과 아름다움을 배우고

결국 인간도 오뉴월 붉은 배롱나무 꽃이나

무성했던 푸른 나뭇잎처럼

때가 되면 순순히 떨어지는 존재라는 사실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머리 숙이고

말없이 콘크리트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내 연구실로 걸어가곤 한다

맞다. 인생이란 곱고 아름답게 꽃피우는 시절이 지나면 꽃은 지고 잎들은 시들어 떨어져 볼품없는 처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시인은 연구실 앞 화단에서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새봄을 기다리고 있는 배롱나무를 바라보면서 겸허한 생의 진리를 얻는다. 고개숙일 줄 아는 겸손하고 겸허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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