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재앙은 TV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할 말을 잊는다. 간 나오토 일본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전(태평양전쟁)후 65년만에 최대 위기”라며 울먹였지만 실제로는 전쟁참화보다 더 비참하게 보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땅이 갈라지고, 산더미 같은 바닷물이 덮치고, 화산이 폭발하고, 빌딩과 집들이 무너지고, 원자로가 터지고, 도시들이 통째로 사라지고, 사람들이 수만 명이 죽어도 상황조차 짐작도 할 수 없는 이 천재지변을 전쟁에 비교할 법이나 한 일인가.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지질학자들도 지진만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은 최첨단 과학기술에 자만해 온 인류에게 숙연한 교훈을 또 한 번 일깨워준다. 자연의 힘과 우주의 섭리가 얼마나 엄청난 불가지(不可知)의 영역에 있는가를 직관케 하는 것이다. 우리 동양권에서는 옛부터 이같이 알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난을 그 겉모양만으로 이름짓지 않고 천지개벽이니 상전벽해니 하고 신비한 섭리적 이미지를 가진 표현을 쓰고 있다.

처음 하늘과 땅이 생길 때의 의미를 표현하는 천지개벽과 땅과 바다가 뒤바뀌는 상전벽해라는 말은 그 신비감 때문인지 종교적 영역에서 차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한국의 토착종교라는 증산교에서는 천지가 뒤집히는 세상을 예언하면서 이는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도는 것이 일시에 정남북으로 바로서서 돌게 되는 재난이라 설명한다. 과연 그런 날이 올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이번 일본 대지진에서 땅과 바다가 뒤집히는 세상을 경험한 일본국민들은 지구의 자전축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천지변화를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지진을 두고 일부 지구과학자들이 지구의 자전축이 움직였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은 심상찮은 일이라 하겠다. 아직도 일본의 대지진이 진행중이란 점에서 지구차원의 천재는 인류의 생존환경과 관련 비상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은 인간의 무력을 절감하고 우선 재난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일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뿐인 것이다. 재난지역의 의식주 생활의 정상화와 환자들의 치료, 피해복구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하고 이에 못잖게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폭발과 방사능 피해확산 문제에 총력 대처해야 한다. 일본인들의 성숙한 자세가 이를 극복하고 다시 복구할 것이란 격려가 세계 곳곳에서 쏟아지고 지구촌이 함께 온정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것은 이같은 복구와 피해의 최소화에 희망의 빛이 된다.

일본과 이웃한 우리는 일본의 재앙이 우리의 재앙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현재와 미래의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일본국민의 아픔과 함께 하면서 다른 나라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구호활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 그동안 소홀했던 한반도의 지진과 해일 문제에 대한 여러 대책들을 점검하고 보완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일본의 지진이 한반도의 지각판에 큰 스트레스를 주었을 것으로 보고 이것이 지진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원자로의 폭발시 대기를 오염시킬 방사능 물질이 바람을 타고 한반도를 덮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국의 예측대로 일본과 한국 사이에 부는 바람의 일상적 방향을 본다면 그같은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닥칠 계절풍이나 예기치 못한 돌풍 등의 피해 가능성에도 대책을 세우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근본대책은 이같은 지진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다. 이번 일본의 경우가 보여준 것은 아무리 재난방제 시스템이 잘 돼 있고 국민들의 재난 대비 훈련이 완벽해도 예측 불능으로 초기대응을 못한 것이 엄청난 피해의 직접적 원인이었다.

인간이 이같은 자연재해를 천지개벽(天地開闢)이나 상전벽해(桑田碧海)로 받아들이는 수준에 머무는 한 재난극복은 자연의 차원에서는 한낱 어린애 장난에 불과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