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해야겠다

찌든 걸레 같은 삶을 헹구고

부는 바람 앞에 하얗게 펄럭이고 싶다

한 줌 오욕의 물기마저

다 말리고 싶다

남루여

산번지 빈 마당 가득 눈부신

깨끗한 남루여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1991)

나부끼는 빨래를 보며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시인의 마음이 하얗게 표백되어감을 느낄 수 있다. 세속에 갇혀 걸레 같이 더럽고, 때묻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인은 산번지 가난한 빈 마당가의 깨끗한 남루, 그 눈부신 가난이랄까 오욕을 떨쳐버리는 깨끗한 마음을 넌지시 건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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