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복도 끝에서 괘종시계 치는 소리

1시와 2시 사이에도

11시와 12시 사이에도

똑같이 한 번만 울리는 것

그것은 뜻하지 않은 환기, 소득 없는 각성

몇 시와 몇 시의 중간 지대를 지나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무언가의 절반만큼 네가 왔다는 것

돌아가든 나아가든 모든 것은 너의 결정에 달렸다는 듯

지금부터 저지른 악덕은

죽을 때까지 기억난다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2003)

서른살. 이 나이의 양 마저 시인이 말하는 어떤 기준의 중간이고 틈이고 사이이다. 꼭히 서른이라는 수치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런 사이, 틈에서 실존적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제 남은 생은 그런 실존적 존재가 지닌 몫이다. `지금부터 저지른 악덕은 죽을 때까지 기억난다`라는 진술은 그런 실존의 시간에 관련된 개체적 윤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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