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니 겨울이니 하는 말로
시대 상황을 연상치 마라
내 이미 세월을 잊은 지 오래
세상은 망해가는데
나는 사랑을 시작했네
저 산에도 봄이 오려는지
아아, 수런대는 소리
1970년대와 1980년대 민주화를 위해 몸으로 싸우며, 현실참여시를 써 온 시인이 대단한 시적 변모를 선언한 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민중적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는 중견 시인의 마음이 솔직히 비쳐져 있다. 비로소 시작되는 사랑의 실천이 지나간 세월과 새로운 현실에 계기가 되어 의미가 깊다. 몇 해 전 지역의 시인학교에 강의차 오셨던 선생의 부드러우면서도 강강한 모습들이 아슴아슴 떠오르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