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의 흔적이 없는 지구에
처음으로 연두색 바다가
태어나던 눈부신 순간부터
태어남과 사라짐을
되풀이하고 있는 물결.
처음 만나는
군청색 지중해 해안에서
어디서 한 번 본 얼굴 같은
친근감을 느끼는 것은
길에서 잃어버린 자기 얼굴을
물결의 몸짓에
비추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재생과 죽음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목숨의 쓸쓸함.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2002)
물결과 바람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 그것은 우주의, 생명의 생성원리와 닿아있다. 물은 여성적이고 바람은 남성적이다. 물결의 생태에서 시인은 우주의 생명력과 그 생명력을 이루는 요소들에 대한 깊은 성찰하고 있다. 이런 심미적 이성이 우주 속의 황홀한 생명력을, 그 생명에 내재된 쓸쓸함까지도 들춰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