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포리 눈발은

감당이 안되는 한 남자의 속울음 같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형체를 드러내는 몇 몇 집들

이미 희뿌연 알전등 거둔지 오래이고

코로 귀로 넘쳐나는 눅눅한 소문을

바다 혼자서 묵묵히 삼키고 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중년이 훨씬 넘도록 슬픔이나 기쁨은

같은 것이라고 믿고 산 무던함이

저토록 깊고 푸르게 울게 했나보다

그러나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것은

아름답지 못하다 풀다가 잦다가

다시 뭉테기로 올라오는 설움에

등뼈가 꺾이는 울음

이 밤 내내 접힌 몸 펴지 않을 작정인가 보다

한 바다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시인, 조용히 눈을 뒤집어쓰는 바다 마을의 풍경. 그것도 저물녘의 포구로 내리는 눈발 속에서 시인은 마흔을 넘긴 지난 삶의 궤적들과 추억들과 소문을 뒤돌아보고 그 속에 손 넣어본다. 깊고 푸르게 울고 있는 바다는 그 모든 것을 건너다 보아왔고, 기쁨과 슬픔을 다 품고 그것들을 다스리고 있다. 시인은 그런 바다를 바라보면서 사선을 그으며 내리는 눈발을 바라보면서 소리없이 울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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