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목욕탕에서

반신욕(半身浴)이 만병통치라며

내 몸을 잡아끌던 선배가

갑작스런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죽음은

하나를 둘로 나누어 놓는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하늘의 명(命)인가

땅속 깊이 고개 숙이며

문상 마치고

탕 안으로 들어가려니

그의 반쪽이 나를 잡아끄는 듯하다

내 몸을 반으로 나누어 놓고도

물은 한 몸이 되어

따스하게 수평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를 둘로 갈라놓는 죽음은 하늘이 내린 명(命)인지 모른다. 천년을 살아가는 학(鶴)이나, 영원의 시간을 건너가는 우주 속의 자연을 보면서 백년도 살지 못하는 유한 인생의 한계를 다시 느끼게 한다. 선배의 죽음을 통해 찰나요 순간인 우리의 허무한 한 생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깊디 깊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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