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보시기 안에 짓찧어진 봉숭아 꽃잎

백반 넣어 질척하게 찧어진 봉숭아 꽃잎

조금치도 자신을 고집하지 않고서

손톱의 딱딱한 심장부에 스미는

붉은

사랑

게릴라같이

한 걸음에 달려가는

그 흔쾌한

자신을 짓찧고, 조금도 자신을 고집하지 않으면서 고운 빛깔로 다시 태어나는 봉숭아꽃잎처럼 그렇게 살아갈 수 없을까. 아무 조건 없이, 소리 없이 사랑하는 이의 손톱 위에서 곱게 물들며 그의 가슴에 스며 쉬 지워지지 않는 사랑으로 스미는 그런 사랑이 정말 아름다운 사랑이 아닐까.

<시인>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