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이순재·윤소정과 연기호흡
“관객과 함께 웃고 울며 공감하고파”

“극장에 딱 앉으면 끝까지 보고 웃고 울다 일어나지, 보다가 중간에 나가는 일은 없을 거란 자신이 있어요. 젊은 스타가 없어서 관객이 없을 거란 건 기우라고 생각해요.”

노년의 사랑을 가슴 절절하게 그린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17일 개봉)에 출연한 배우 송재호<사진>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이같이 말했다.

송재호는 영화에서 치매에 걸린 아내를 극진히 돌보는 장군봉 역을 맡아 아내로 출연한 김수미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관객에게 영화를 볼 때 웃음이 나오면 한없이 웃고 눈물이 나오면 한없이 울며 스트레스를 다 풀고 나가라고 하고 싶다”면서 “정말 진솔한 얘기다. (관객이)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 저런 거구나, 저렇게 사랑해야 되겠다 하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제작자나 감독이 나타난 게 대견스럽다. 그들의 용기를 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군봉 부부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우유 배달을 하는 김만석(이순재)과 파지를 주워 힘들게 살아가는 송이뿐(윤소정)의 애틋한 사랑은 영화의 다른 축이다.

송재호는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두 번 울었다고 털어놨다.

“한 번은 수미씨에게 약을 먹이고 끌어안고 울 때, 그리고 마지막에 애들을 모았다가 딸을 내보내면서 저금통장을 쥐여줄 때 눈물이 찡하더라고요.”

이 영화는 큰 인기를 끈 강풀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송재호는 “만화를 보고 배역이 남다르지 않게 확 와서 붙었다”면서 “대본 리딩 때 김수미가 옆에 앉아 첫마디를 할 때 `아, 이 여자가 바로 내가 맡은 군봉이의 마누라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애초 영화가 아닌 TV 드라마로 예정돼 최불암 등과 함께 출연할 뻔했지만 외주제작사 문제로 무산됐다는 뒷얘기도 전했다.

이번 영화에서 함께 연기한 이순재와는 1980년대 인기 드라마 `보통사람들` 이후 작품을 같이하기는 처음이며 김수미, 윤소정과는 작품을 함께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그는 “같은 작품을 안 했어도 그들이 사는 모습을 다 안다”면서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있어서 현장에서 수월하게 했다. 하나 하면 둘, 둘 하면 셋 하는 식으로 편안하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1939년생 또는 1942년생으로 잘못 알려졌지만 실제는 1937년생이라고 말했다.

부산 KBS에서 성우로 일하다 1964년 충무로를 찾아 영화 `학사주점`으로 데뷔했다.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를 합치면 200편이 넘을 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표작으로는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1975), `세 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1981), 드라마로는 1980년대에 높은 인기를 누린 `보통사람들`과 `열풍`, 그리고 근래에는 김수현 각본의 `부모님 전상서`가 있다.

지금은 인자한 아버지 역을 주로 맡지만 젊었을 때는 제임스 딘 같이 반항아 역도 제법 했고 전쟁영화도 많이 했다.

브라운관에서는 꾸준하게 활동했지만, 언젠가부터 영화는 뜸했다. 그는 조연이나 단역배우들에게 인격적인 대우를 하지 않는 영화 현장이 너무 싫었다고 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살인의 추억` `화려한 휴가` `해운대` 등 많은 영화를 찍었다.

“한동안 영화를 떠났죠. 그러다 2000년에 `무사`를 하면서 이 정도면 우리나라도 배우가 영화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구나 했죠.”

요즘의 영화나 드라마 제작 현실에 대해 묻자 최근 종영한 드라마 `도망자`의 출연료를 아직 못 받았다면서 영세한 드라마 외주제작사의 주먹구구식 운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우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제작비가 10억원에 불과한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는호적은 출연료만 받고 영화가 흥행하면 수익을 나눠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재호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자신의 연기 인생에 `쉼표`를 찍는 영화라고 했다. 더 좋은 작품을 할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죽기 전에 안소니 퀸이 나온 `노인과 바다` 같은 영화를 꼭 하고 싶다고 했다.

“`노인과 바다`는 스펜서 트레이시가 나온 거하고 안소니 퀸이 나온 게 있어요. 스펜서 트레이시가 나온 건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안소니 퀸은 보면서 빨려가더라고요. 제가 저 역을 했다고 생각하고 앤소니 퀸을 저로 바꿔서 생각하니 몸살이 나대요. 제 목표는 그런 연기를 해보고 그만두는 겁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