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던 지방의회의 예산삭감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경북도내 일부 기초자치단체가 6대 지방의회 들어 처음맞는 예산심사에서 칼바람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일부지역은 단체장의 주요정책 일부가 표류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특히 포항시는 강도가 더하다고 한다. 내년도 예산안 1조515억원 가운데 164억원이 삭감됐다. 지난해 61억여원이 삭감된 것을 감안하면 3배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행부 관계자는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삭감규모도 규모지만 일부 삭감예산 가운데는 박승호 포항시장의 주요정책이 포함돼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벌써부터 내년도 1차 추경예산규모와 방향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포항시가 영입을 추진해왔던 왕기춘 선수의 영입비 3억원 삭감 등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초 관련 예산은 상임위원회에서 삭감돼 예결특위에서 집행부관계자의 설득으로 살아나는 듯 했던 사업이어서 충격의 강도는 더하다. 이밖에도 포항시장의 주요정책 예산이 삭감되면서 향후 포항시장의 일거수 일투족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마도 집행부 입장에서는 씁쓸할 것이다. 예산이 무차별적으로 삭감되면서 의욕이 상실됐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마냥 넋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정말로 시급하고 필요한 예산인지 재점검할 때가 됐다.

지방의회의 고유기능은 집행부 견제다.감시와 견제가 없다면 지방의회가 존재해야 할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이같은 예산삭감이 집행부 길들이기 차원이라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단 집행부의 기를 꺾어놓기 위한 삭감이라면 더더욱 지방자치를 후퇴시키는 전략으로 따진다면 하책가운데 하책이다. 예산은 꼭 필요한데 쓰여져야 한다. 의회에게 심사를 맡기는 것은 그런 이유다. 의회가 내년도 당초예산에 칼을 빼들어 무차별 삭감한 이유가 분명하다면 지방의회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우려대로 집행부를 길들이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었다면 의회 스스로 발목을 잡게 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이제 예산심사는 끝났다. 집행부는 집행부대로 삭감된 예산에 대한 분석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내년 추경에라도 관련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준비하는자만이 결실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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