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영의 다양화로 공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며 도입한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정책이 진퇴양난의 궁지로 몰리고 있다. 신입생 모집에서 대규모 미달사태를 겪은 서울지역 자율고 13곳이 추가모집을 받았지만 9곳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신입생 충원율이 36.5%(정원 455명 중 166명)에 그친 성북구 용문고는 자율고 전환을 포기하고 서울시 교육청에 일반고 재전환을 신청하기로 했으나 시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미 선발절차가 완료돼 합격자가 정해졌기 때문에 현행법상 수용할 수 없는데다 20일부터 시작되는 후기 일반계고 모집에도 차질을 빚는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지역 자율고 9곳이 정원 미달 상태로 운영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들 학교는 당장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합격생들의 학부모들도 `자율고 유지`와 `일반고 전환`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게 됐다. 정부의 섣부른 자율고 확대정책이 실패하면서 교육현장이 혼란이 빠져 학생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무더기 미달사태로 말미암은 자율고 파행은 예고된 혼란이다. 정부는 지난해 서울에서 자율고 13곳이 처음 모집을 했을 때 미달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올해 13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그 결과 올해 입시에선 26곳 중 13곳에서 대규모 미달사태가 발생했고, 추가 모집에서도 4곳만 정원을 채웠다. 결국 전체 모집 정원의 20%에 가까운 861명의 결원이 생겼고 용문고 등 일부 학교는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이러니 정부가 수요 예측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자율고를 성급하게 과잉 공급했다며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설립 2년째인 자율고가 외면받은 근본 이유는 자율고 정책에 자율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서울지역은 내신 50% 이내의 응시자를 대상으로 추첨으로 신입생을 뽑게 하는 등 학생선발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래서는 학교특성에 맞는 우수학생을 뽑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자율고는 시교육청의 재정지원 없이 수업료와 재단 전입금만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비가 일반고에 비해 3배나 비싸다. 학부모 입장에선 등록금이 세 배나 비싼데도 일반고와 차이를 찾기 어려운데다 내신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지원을 꺼리게 되고 대규모 미달사태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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