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미달사태로 말미암은 자율고 파행은 예고된 혼란이다. 정부는 지난해 서울에서 자율고 13곳이 처음 모집을 했을 때 미달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올해 13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그 결과 올해 입시에선 26곳 중 13곳에서 대규모 미달사태가 발생했고, 추가 모집에서도 4곳만 정원을 채웠다. 결국 전체 모집 정원의 20%에 가까운 861명의 결원이 생겼고 용문고 등 일부 학교는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이러니 정부가 수요 예측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자율고를 성급하게 과잉 공급했다며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설립 2년째인 자율고가 외면받은 근본 이유는 자율고 정책에 자율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서울지역은 내신 50% 이내의 응시자를 대상으로 추첨으로 신입생을 뽑게 하는 등 학생선발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래서는 학교특성에 맞는 우수학생을 뽑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자율고는 시교육청의 재정지원 없이 수업료와 재단 전입금만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비가 일반고에 비해 3배나 비싸다. 학부모 입장에선 등록금이 세 배나 비싼데도 일반고와 차이를 찾기 어려운데다 내신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지원을 꺼리게 되고 대규모 미달사태로 이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