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대구본부장
내 아이가 동네 불량배에게 맞고 들어왔다. 자기 방어를 위해 평소 태권도 도장에서 열심히 몸 관리를 해 온 터라 맞고 들어온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맞아도 대들지 않을 것이라 깔보고 그런 것 같아 따끔하게 맞대응하지 않은 것이 원망스럽다. 그렇다고 지금 나섰다가는 자칫 어른 싸움이 될 수도 있고 참자니 분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포탄이 비 오듯 쏟아졌다. 군부대는 물론 민가까지 무차별 포격을 당했다. 불타고 무너지고 섬 주민은 모두 육지로 피란 갔다.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13분이나 지난 뒤에야 대응 사격을 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국방부 장관이 “13분 만에 대응하는 건 훈련 잘 받은 부대만 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를 보면 바로 쏘게 된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는 바로 사격하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고 했다. 국민을 화나게 만드는 변명이다.

군은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 전투의 프로가 아닌가. 영토가 공격을 당했는데 교전수칙을 들먹이는 것은 어이없다. 13분 동안 공격당하고 반격한다는 것은 휴전선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결국 국방부 장관이 경질됐고 교전수칙도 강화한다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답답하다.

그러고 보면 답답함은 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차가 점령해버린 도로위에서 하릴없이 앞차가 가기만을 기다리면 답답하고 짜증이 쏟아진다. 막힌 도로만큼이나 당장 해결책이 없다는 현실에 가슴은 막힌 길보다 더 답답하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지선인 성서IC ~ 서대구IC 구간을 말한다. 지난 6월30일 구마고속도로 옥포 ~ 성서IC 구간을 확장 개통하면서 고속도로와 도시고속도로를 분리해서 빚어진 문제다.

이 도로를 이용해서 출퇴근하는 많은 시민들은 분통을 넘어 “대구시청과 도로공사를 폭파하고 싶다”고 말한다. 체증의 정도를 설명하는데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을 찾을 수가 없다. 도대체 행정이 있는가? 이러고도 세금을 내야 하는가? 이렇게 답답하고 무능한 행정을 참고 견뎌내는 대구 시민의 인내심에 경의를 보내고 싶다.

사실은 돈 때문이다. 종전에는 서대구 ~옥포 IC 구간이 공짜였다. 다소 밀리긴 해도 워낙 교통량이 많아서였고 도로 확장으로 해결될 것이라 기대했다. 이 구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그래서 확장 개통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 그런데 그런 기대를 배신했다. 도로공사는 이 구간을 유로로 만들면서 교통량을 감안 않고 도시고속도로를 분리한 것이다.

도로공사는 “2001년 공사 설계당시 대구시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도시고속도로를 넓혀주겠다며 1천억원을 부담하라고 했으나 대구시가 거절했다”고 한다. 대구시와 한국도로공사 재산이 엄연히 구분돼 있다는 것이다. 지금 고속도로를 대구시에 빌려주는 문제는 공사비도 만만찮고 기간도 많이 걸리며 안전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당시는 IMF 직후라 살림이 거덜 난 대구시로서는 한 푼이 아쉬울 때였다”고 털어놓는다. 더구나 당시 관계자들은 모두 퇴직해버리고 다른 사람들이 엉뚱하게 매를 맞는다고 하소연한다. 언제까지 이런 변명을 들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교통지옥 5개월째. 대구시는 2012년까지 3차선인 도시고속도로를 5차선으로 확장하겠다고 대책을 내놨다. 그동안 성서 진입로와 서대구 진출로에 각각 간이영업소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관계기관이 41차례나 협의를 거쳐 나온 결과라고 한다. 물론 이런 계획도 비용 부담을 위해 국토해양부와 한국도로공사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하고 공사기간만도 6개월~2년이 걸린다. 그래서 “시민의 성숙한 이해와 인내를 당부”했다.

산을 뚫고 강을 건너 없는 길을 내라는 것도 아닌데, 날마다 수만 대의 차량이 장님 길 더듬듯 통과하고 있다. 운전자들은 옆의 뻥 뚫린 고속도로를 보면 분통이 터진다. 통행료를 내지 않는 길이라고 그렇게 밀려도 괜찮은가. 그런데도 또 참아달라고 한다. 이러고는 세금 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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