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시인
나는 내가 생각해도 죽었다 깨어나도 위인은 못되기에 세기적인 위인 이야기를 적어, 나의 부족함을 채우고 싶은 생각이 난다.

1971년 나는 문경중학교 역사 교사로, 중등학교 역사교사 2년차를 맞았다. 그 때 교무주임이던 R교사가 이율곡 선생을 `9도 장원`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내게 물었다. 조선시대 행정구역은 한성부와 8도(八道)가 있는데 구도라니 어리둥절했다. 9도란 9도(九度), 곧 아홉회를 말하며 장원(將元)이란 과거수석합격을 뜻한다. 이율곡 선생은 소과(小科), 대과(大科), 중시(重試)의 세 과거시험에서 각각 1차 2차 3차 도합 9회에 걸펴 장원급제를 하여 조선시대 과거합격자로 최고기록을 수립했고, 율곡은 조선유일의 `9도(度) 장원랑(將元郞)`의 빛나는 새 역사를 창조했다. 조선시대 대과, 무과, 잡과 합격자들은 임용에 앞서 호된 신고식이 가(加)해졌는데 신고식에도 예외가 있으니 장원급제자는 신고식 없이 바로 관직에 임명을 받았다. 이율곡은 초임에 호조좌랑(정6품)이 되었다.

율곡의 남아있는 대과 답안지를 보면 내용도 뛰어나지만 시관(試官)에 대한 매너도 일품이다. 율곡은 성리학자로 기(氣)를 중시했는데 기는 한마디로 현상을 뜻한다. 이율곡은 수많은 저서를 남겼는데 살기 바쁜 세상에 일일이 다 알것 없고 `격몽요결``동호문답``성학집요`만 알아두어도 무던하다.

이율곡 선생은 임진강변에 `화석(花石)정`이란 정자를 지어 선조가 임진년 4월 그뭄밤에 임진강을 도강할 때 화석정에 불을 질러, 파천길을 밝혔다. 율곡은 두뇌가 명석하고 정치감각이 뛰어났지만 건강은 뛰어난 편이 못되어 당시 마흔지경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졸업장을 받았는데 율곡도 마흔여덟에 인생을 마감했다. 물론 장수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요절한 것도 아니다. 율곡의 성리학이 일본열도에 상륙하지 못한 것은 제자들도 스승 율곡처럼 정치적 센스가 뛰어나 임란 때 피난을 잘하여 일본에 포로로 잡혀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인데 지금 생각하면 율곡의 제자도 일본에 잡혀 갔더라면 일본에도 율곡학이 붐을 이루었을 텐데 조금은 아쉽다.

요사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맥아더장군이라면 6·25 위난 속에 대한민국을 건져낸 은인으로 보다 인천 만국공원에 세워진 이끼 낀 맥아더동상을 떠올리리라. 맥아더장군동상 목에 밧줄을 걸고 용쓰는 골수좌파들의 이그러진 모습이 눈앞을 스칠 것이다. 맥아더장군이 이 땅에 왕림하지 않았다면 분명 오늘의 세계지도에 대한민국은 눈을 닦고 찾아봐도 없을 것이다.

맥아더 동상에 밧줄을 걸고 끌어내리는 것은 이땅의 참된 국민이라면 배은망덕의 극치다. 비겁하게(?) 중도를 표방하는 정부에서는 맥아더장군 동상 훼손자들을 수수방관하고 있지만 고맙게도 해병대전우회에서 맥아더동상을 좌파 파괴자들로부터 사수하고 있다. 맥아더장군은 너무 억울할 것이다. 공산당에게 다 망한 한국을 젖먹던 힘까지 다 쏟아 지켜주었더니 무엄하게 동상목에 밧줄을 걸다니. 금메달을 걸어 주어도 부족할텐데…

물에 빠져 다 죽어가는 화상을 건져주니 보따리 찾아달라고 호통치는 격이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명언(名言)이 있지만 `한번 애국자는 영원한 애국자`란 말을 생각해 본다. 맥아더 장군은 1880년에 탄생하고 1909년 웨스트포인트(미국육사)를 수석졸업했다.

수석입학자가 수석졸업자로 4년간 계속 선두를 유지했다. 1919년 39세때 웨스트포인트 사상 최연소 교장이 되었고 미국 역사상 4명 밖에 없는 육군 5성장군이기도 하다. 1951년 트루만 대통령에게 짤린 맥아더원수는 웨스트포인트에서 있었던 전역식에서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란 명언을 남겼는데 이 구절은 미 육관 사관학교 교가에 있는 구절이기도 하다. 1951년 맥아더장군이 해임되지 않았다면 멋진 민주통일국가 `대한민국`이 되었을 것이다. 맥아더장군은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하면서 상륙작전성공을 위해 `주기도문`을 3만번이나 뇌인 우리나라 사람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애국자다.

이율곡 선생과 맥아더장군은 시대와 국적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천재요, 국가안보의 달인이요 민족의 은인이란 점이다.

이율곡은 조선시대 최대의 천재요, 맥아더장군은 인천상륙작전의 신화를 남긴 군신(軍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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