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북한의 해안포 공격을 받은 인천 연평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하는 모습이다.

연평도 주민들은 이날 오후 북한의 포 사격이 시작되면서 면사무소 직원의 대피 방송을 듣고 지역 내 19곳의 방공호와 군부대 진지 등으로 모두 긴급히 대피했다.

연평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던 학생들도 “실제 상황이니 대피하라”는 방송을 듣고 학교에 설치된 대피소 2곳으로 교사들과 함께 몸을 피했다.

대피소에 피해 있는 주민들은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촛불 등을 켜고 어둠과 추위를 견디면서 밤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민간인 인명피해는 크지 않지만 포 사격으로 10여 채의 가옥과 산에 불이 붙어 현재까지 계속해서 타고 있다.

그러나 진화인력과 장비가 의용소방대원 30명과 소방차 1대로 크게 부족, 진화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꺼먼 연기가 하늘로 수십 미터까지 치솟으며 불길이 번지고 있어 옹기종기 밀집돼 있는 마을의 형태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을 정도라고 현지 주민들은 전했다.

오후 4시께 군부대 진지로 대피했던 주민 박철훈(54)씨는 “지금 면사무소에 상황실을 차려서 이쪽으로 이동했다”며 “산은 다 불바다이고 마을에 연기 나는 곳은 6~7곳에 달한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옹진군 측에 따르면 현재 불이 붙은 가옥의 진화를 위해 의용소방대원 이외에 해경과 육경 직원들도 동원돼 진화작업을 돕고 있다.

현지 주민 박씨는 “연평도에는 기름 보일러 집이 많아 보일러 통으로 불이 옮겨 붙고 있다”며 “이걸 먼저 진화하느라 다들 정신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포탄이 떨어진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박씨는 “포탄이 도로에 떨어졌는지 도로 한가운데가 10㎝ 정도 깊이로 푹 파였다. 주변에는 40~50㎝ 크기의 포탄 파편도 떨어져 있다”며 “이걸 맞았으면 바로 즉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포구에서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우려해 개인 소유의 어선을 타고 연평도를 빠져나가는 주민 모습도 발견됐다.

옹진군은 현재까지 총 어선 6척이 선주의 가족 등을 싣고 인천으로 대피중인 것으로 파악했다.

현지의 한 주민(여)은 “자기 배를 가진 사람들이 한 배에 5~6명씩 타고 나갔다”며 “하지만 아직 많은 주민이 현지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북한의 포 사격이 이어졌지만 다행히 주유시설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도의 유일한 주유소인 GS칼텍스 연평주유소 소장은 “북측 공격은 멈춘 상태고 다행히 주유소는 피해가 없다”며 “백령도에는 GS칼텍스와 S오일 주유소가 1곳씩 있는데 현재 서해5도 주민 대피령으로 주유소 관계자들이 주유소를 비워놓고 모두 피신 중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