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춘, 통한의 은메달

왕기춘(22·용인대)의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꿈이 `아키모토 악몽`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15일 남자 유도 73㎏급 결승전이 치러진 광저우 화궁체육관.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결승까지 오른 왕기춘의 상대는 스스로 꼽은 라이벌인 아키모토 히로유키(일본)였다.

왕기춘은 아키모토와 올해 접전을 치렀다. 지난 2월 파리 그랜드슬램 대회 결승에서 올해 첫 대결을 펼친 왕기춘은 업어치기 되치기 절반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지난 9월 세계선수권대회 4강에서 아키모토와 재대결을 펼쳤다.

아키모토와 경기시간 5분 동안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지만 점수를 얻지 못한 왕기춘은 연장전에서도 팽팽한 접전 끝에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하지만 심판들은 아키모토에게 판정승을 선언했고, 왕기춘은 결승 진출에 실패해 대회 3연패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말았다.

올해 전적 1승1패의 팽팽한 균형을 잡은 왕기춘과 아키모토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명예회복을 다짐하며 맹훈련에 들어갔고, 서로의 바람대로 결승전에서 재회했다. 운명의 결승전 무대. 금메달의 기회는 왕기춘에게 먼저 주어졌다. 아키모토가 준결승을 치르면서 왼쪽 발목을 다쳐 절룩이며 매트에 들어섰고, 관중은 왕기춘의 승리를 예상했다.

왕기춘은 업어치기를 무기로 들고 나섰고, 아키모토는 발기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어 굳히기로 왕기춘의 공격을 피하면서 경기를 진행했다.

평소 같으면 왕기춘의 공격을 계속 피해 나간 아키모토에게 지도가 주어질 만한 상황이었지만 심판은 결승전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지도를 주는데 인색했다.

결국 5분 동안의 경기에서 승부를 내지 못한 왕기춘은 3분의 연장 승부를 준비했다.

역시 왕기춘은 계속해서 업어치기를 시도했고, 아키모토는 교묘하게 공격을 피하면서 굳히기를 노렸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경기종료 1분41초를 남긴 상황에서 왕기춘이 업어치기 공격에 성공했지만 아키모토가 가슴 쪽으로 떨어져 위기를 피해 나갔다.

왕기춘은 종료 23초를 남기고 업어치기를 또 한 차례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순간 아키모토가 재빠르게 왕기춘이 잠시 흐트러진 틈을 노려 업어치기에 이은 다리메치기 기술로 유효를 따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라 왕기춘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결국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신호음이 들리면서 왕기춘의 금메달 꿈도 사라지고 말았다.

경기가 끝나고 왕기춘은 굳은 표정으로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짧은 대답만 남기고 코트를 떠나 시상대로 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