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다랗게 날로 투명하게

몸속에 걸리는 환(幻)의 거미줄

누구나, 몰래 사랑해온 제 혼자만의 환이 있던가

시장 어귀에서 평생 튀밥만 튀겨온 할아범도

아침마다 푸성귀보따리를 펴던 할멈도

자기만의 환(幻)으로 세상을 꾸렸던가

시장 속으로 걸어가는 아스팔트 위

마음의 단추알들 후두둑 흩어진다

사람은 누구나, 머언 어딘가에 귀기울이다

저도 모르게 울어버리는 풍경(風磬)이었느니

머언 어딘가를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물알갱이로 풀어지는 구름이었느니

스스로 그 누군가의 환(幻)이 되어 흘러가는 중

…. ( 시의 일부분 인용 )

`하늘 우체국`(2003)

시인은 누구보다도 환을 보는 사람이리라. 시적 대상의 현실은 물론 그 과거와 미래를 상상하고 바라보는 것이 시인의 눈이 아닐까. 이 시에서 시인은 환의 세상을 보다가 그 자신 또한 누군가의 환이 되어 있다는 사실에 이르게 된다. 시인의 눈이 참 깊고 밝으며 멀고 섬세함을 느낀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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