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이재우씨 “못난 아들이었다”며 애통
유가족들 오열 속 희생자 9명 장례식 엄수

포항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발인이 시작된 14일, 각 장례식장에서는 유족들의 울음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이날 오전 5시 정귀덕(78) 할머니를 처음으로 희생자 10명 중 9명의 시신이 장례식장을 떠났으며, 15일 오전 7시30분 김송죽(90) 할머니를 끝으로 희생자들의 장례절차가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포항의료원에서는 3명의 희생자 가족들이 한데 모인 만큼 오열소리는 더욱 높았다.

오전 8시 김희순 할머니의 발인부터 9시30분 권봉순 할머니, 10시 정매기 할머니 등 유족들은 정신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가 시신이 영구차에 실리자 그제서야 실감한 듯 관을 붙잡고 오열했다.

또 2시간 동안 연이어 시신이 운구되면서 유족들은 다시 한번 기막힌 현실 앞에 서로의 발인을 들여다보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정매기 할머니의 아들 허복현씨는 “지금도 어머니를 부르면 어디선가 대답이 들려올 것 같다. 얼굴을 보니 양볼에 그을린 자국이 가득하던데 얼마나 고통스러우셨겠느냐”며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정귀덕 할머니의 발인이 진행된 세명기독병원에서는 아들 박태경(46)씨의 기구한 사연이 보는 이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중풍과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센터에 모신 박씨는 3년 전 전남 나주에 있던 장모 조연화(75)씨를 포항으로 모셔와 어머니와 함께 지내도록 했다.

적적하신 두 분이 자주 얘기도 나누고, 센터가 집과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돌보기에도 쉽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새벽, 박씨의 장모는 2층에 있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1층에 있던 어머니는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변했다.

박씨는 “지금도 센터에서 연기가 치솟던 광경이 잊혀지지 않는다. 어머니의 소식을 묻는 장모님께 차마 돌아가셨다는 말을 못하고 있다”면서 “그저 함께 계시면 심심하지 않겠다 싶었던 생각이 이런 화를 부를 줄 몰랐다. 직접 모시지 못한 내 죄다”고 울먹였다.

오전 8시 성모병원에서는 10남매를 뒤에 남겨두고, 김분란 할머니의 시신이 마지막 길을 떠났다.

하지만, 김분란 할머니의 손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주위를 뛰어다녀 주위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특히, 선원 일을 하면서 1년 전 이맘때 배를 타고 떠났던 둘째아들 이재우(63)씨는 평소 고인의 모습을 자주 뵙지 못했던 것을 탓하며 쉽사리 시신을 떠나보내지 못했다.

이씨는 “추석 때 어머니와 한 통화가 마지막 대화가 됐다”며 “본인 몸도 성치 않으시면서 밖에 나가 있는 아들 걱정에 항상 몸 잘 챙기라고 하셨다. 걱정만 끼쳐 드렸던 못난 아들이었다”며 애통해 했다.

/신동우·김남희·이준혁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