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설치다 화재 알고는 부축받아 나와

“이 일을 우짜노…. 그 할매들이 다 죽었다고? ”

12일 새벽 포항인덕요양원에서 난 불로 1층에서 혼자 살아남은 김송이(88) 할머니는 한 방에 있던 다른 할머니들이 모두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혼절했다.

화재 당시 1층에는 김 할머니 외에 10명이 더 있었지만 이 할머니들은 모두 명을 달리했다.

당시 김 할머니가 있던 방에는 김 할머니를 포함해 침대에 4명, 바닥에 3명이 자고 있었다. 그중엔 말을 못하는 할머니도 2명이 있었다고 한다.

김 할머니가 혼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새벽이 밝아오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잠이 안 와 침대에서 뒤척이고 있는데 갑자기 암흑천지가 됐다. 그리곤 목이 따가웠고 숨도 쉴 수가 없었다. 침대 옆의 창문을 열고 `아줌마`라며 일하는 아줌마를 불렀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달려온 아주머니가 `불이야`라고 소리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김 할머니는 이 아주머니의 부축을 받아 침대에서 내려왔고 하반신을 쓰지 못해 거의 끌려나가다시피 바깥까지 나갈 수 있었다.

아주머니가 김 할머니를 주차된 차 앞에 기대어 앉혀 놓고 정신없이 뛰어다닐 때 요양원 건물은 불길에 쌓여 있었다.

이후 김 할머니는 2명의 남자에 의해 인근 아파트 경비실에 옮겨진 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도 현재 큰 부상은 없는 상태다.

뒤늦게 사고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김 할머니의 아들 고모(52)씨는 “어머니가 무사해서 천만 다행이지만 다른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셨으니 이일을 어쩌냐”며 말을 잇지못했다.

/최승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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