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후문 올라가는 길모퉁이

무성한 담쟁이넝쿨들 높다란 축대 하나 껴안고 있다

목을 빼고 쳐다보면

축대 위에는 무화과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한 그루씩

제 몸피만큼의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그 안, 허름한 기와집은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

푸른 담쟁이 잎들의 흔들림 속

웃음소리만 간간이

맑은 바람결에 새어나온다

주인이 누군지

궁금하다

한 풍경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있는 가만히 조용한 시이다. 이 땅 소도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편안하고 평범한 풍경 속을 걷고 있는 시인은 그 풍경 속 사람들의 낮고 평평한, 조용하면서도 가난한 삶들이 궁금해서 목을 쭈욱 빼보기도 하고 닫힌 대문을 살짝 열어보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 웃음소리가 맑은 바람소리에 섞여 새어나오는 그 골목 속으로 스며들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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