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 배 갈라내 씻고 기름기 빼내며 꾸덕꾸덕 말리기까지

포항 특산물인 과메기 계절이 돌아왔다.

쫀득쫀득 씹히면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품고 있는 과메기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전국민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구룡포 과메기 덕장에서 조선시대 임금님 진상품 반열에 올랐던 과메기 생산 체험에 나섰다.

9일 오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리 `한빛수산`. 수작업으로 과메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특수제작된 테이블식 도마에 부착된 의자에 앉아 작업에 나섰다.

도마 한쪽에 날카롭게 나와 있는 고정핀에 해동된 꽁치의 눈을 관통시켰다. 꽁치를 고정시켜야 작업이 가능하단다.

해양수·수돗물 혼합수에 오존수까지 세척과정 까다로워

생산업체 “힘들게 작업하는 만큼 올 매출 대박났으면…”

잘 손질된 칼을 손에 쥐고 꽁치의 등을 갈랐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칼질을 해 나갔지만 생각처럼 쉽게 잘리지 않았다. 꽁치의 양쪽 살이 꼬리를 중심으로 똑같이 발라져야 하지만, 꽁치 살덩어리가 뼈에 붙은 채 분리됐다.

한 인부는 “수년간 꽁치를 손질해온 사람들 손놀림을 하루아침에 따라올 수 있겠느냐”며 “하루 15시간 작업하는데 보통 1시간에 2~3상자(140~210마리)를 손질한다. 10년이상 된 베테랑의 경우 한 상자(보통 70미)를 15분만에 손질하기도 한다”고 자랑했다.

뼈와 내장이 분리된 과메기는 바닷물과 수돗물이 6대 4로 섞인 물에 세척된다. 손과 팔목에 힘을 주고 세차게 흔들어 씻어내야 했고, 오존수로 다시 반복해야 했다. 힘들었다.

건조장에는 세척을 끝내고 넘어온 과메기가 건조대에 가득 널려 있었다. 보통 야외에서 건조되지만 이날 바람이 강해 건조장에서 작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과메기 건조에 바람은 필수조건. 건조장 창문을 열어 바람이 들어오는 상태에서 제대로 건조대에 널렸는지 확인부터 했다. 살이 엉겨붙은 채로 건조되면 불량이 되기 때문에 유심히 잘 살펴야 했다.

5층으로 된 건조대에 마련된 대나무 1개당 과메기 20마리(한 두름)를 널었다.

세척한지 얼마 안 됐지만 과메기에는 벌써부터 꽁치 기름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름 꾀를 부려 대나무대를 조정해 과메기를 점검했지만 꽁치 기름 폭탄 투하는 피할 수 없었다.

이 상태로 보통 3일 건조시키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과메기가 된다. 건조대 1개 당 1천마리 과메기 건조작업이 이뤄진다. 덕장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이라 생각했지만, 1천마리 과메기 상태를 확인하다보니 팔과 어깨가 무거워졌다. 생선 특유의 비린내로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일반적으로 과메기는 해풍에 건조시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바닷바람에는 습도가 많아 오히려 과메기 건조에 있어서는 불청객이다.

한빛수산 조성날 대표는 “해풍보다는 대동배리에서 산을 타고 불어오는 하늘바람(북서풍)에 과메기가 가장 잘 마른다”며 “특히 과메기는 얼면 스펀지처럼 푸석해지기 때문에 최저 영하 4~5도 이하, 최고 15도 이하의 온도에 건조시켜야 한다”고 했다.

조 대표는 또 “과메기는 원래 청어가 원조지만 기름기가 많은 청어 특성상 비린 맛도 강하게 나 요즘은 대부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꽁치 과메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사시사철 즐기는 별미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힘들게 작업하고 만든 구룡포 과메기가 올해 매출 대박을 낼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남희기자 ysknh0808@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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