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석박재석공인중개사무소 대표
홍시는 물렁물렁하게 잘 익은 감이다. 비슷한 말로는 연시가 있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대중가요에 나오는 노래가사의 일부이다. 홍시가 어머니만큼 친숙해서 그럴까? 사실 나무에 열려 있는 홍시는 주로 벌레 먹은 감이 먼저 홍시가 되는데 요즘 말하는 반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늦은 가을에 땡감을 수확해서 자연적으로 홍시가 되어 한겨울에 먹는 것보다 맛은 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먹을 것이 귀한 70년대에는 여름에서 초가을까지 농촌에서는 간식거리로 긴 장대를 이용하여 따 먹은 추억이 있다. 물론, 목이 아픈 고통은 빼고도 잘 따야 본전이다. 잘못 따면 홍시가 얼굴이나 머리에 맞아 황당한 일을 격은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서 홍시는 곶감보다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는 것 같다. 홍시 먹다 이 빠지다, 감나무 밑에 누워서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전자는 전혀 그렇게 될 리가 없음에도 일이 안되거나 꼬이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고, 후자는 아무런 노력도 아니 하면서 좋은 결과가 이뤄지기만 바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요즘은 생감을 반 홍시로 만든 반시로 만들어 많이 이용되고 있다. 옛날엔 경상남도 진영 단감이라 해 그곳에서만 단감이 생산되어 값도 비싸 보통 사람들은 먹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은 단감이 여러 곳에서 생산돼 생산량도 많아 쉽게 구할 수 있어 많이 이용하고 있다. 요즘은 냉장창고 등 농산물 보관시설이 좋아지고 비닐하우스 재배 등으로 사철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많아졌다. 단감 또한 다음해 봄까지도 시장에 나와 먹을 수 있다. 수년 전 까지만 해도 농촌에서는 겨울에 먹을 수 있는 과일은 사과, 홍시 정도로 그리 많지 않았다. 홍시는 추운 겨울에 먹어야 제 맛이 난다. 단감, 반시, 곶감 등은 상품화가 많이 됐으나 홍시는 그렇지 못했다. 홍시의 기호는 옛날보다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홍시에 대한 추억은 한, 두 가지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을 햇볕에 볼이 붉게 타고, 잘 익은 떫은 땡감을 늦은 가을 된서리를 수회 마치고 수확해서 두지(뒤주의 경상도사투리·가을에 타작을 한 후 나락이나 기타 곡식을 저장 했던 곳)속에 넣어두고 홍시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땡감은 설 명절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홍시로 되어 있다. 그때쯤 되면 껍질이 얇아지고 손만 데도 터질 것만 같돼 가장 맛있는 홍시가 된다. 설 명절이 가까워지면 어머니는 인절미 떡과 함께 홍시를 주신다. 특이 인절미 떡과 홍시를 같이 먹어야 제 맛이나 더욱 좋다. 필자는 지난 추억이 있어 그런지, 어머니가 생각나서 그런지 몰라도 겨울이 오면 홍시를 자주 사 먹곤 한다. 지금은 여든이 다되어 가지만 5남매를 모두 키워 보내고 시골에서 혼자 둥지(집)를 지키고 계신 울 어머니가 생각난다. 다가올 설에도 어머니가 주실 홍시를 생각하면 마음은 벌써 어머니 품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벌써 올해도 여느 해와 같이 홍시 철이 다가왔나 보다. 농부들은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 때문에 감 따기가 분주합니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감이 얼기 때문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하늘은 더욱더 짙은 된서리를 내리고 겨울 추위가 오면 감나무는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꼭대기 곳곳에는 까치밥 감만 하나 둘 남을 때는 올해의 가을걷이도 마무리될 것이다. 감나무는 다가올 새봄을 기약하면서 긴 겨울잠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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