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순제2사회부
예나 지금이나 담배농사는 어떤 작물보다 정성과 노동력이 곱절 든다.

농부들이 여름 내내 흘린 땀과 노동을 합산해 정산하면 비록 남는 것 없는 농사지만 그래도 학비나 아들·딸 결혼 밑천에 보탤 수 있어 농민들에게는 매력적인 농사다.

역사학자들은 담배가 1618년 광해군 때 일본을 거쳐 들어왔거나 중국을 왕래하던 상인들에 의해 도입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렇게 전래된 담배는 농민들이 자유 경작을 하다가 1922년부터 국가가 재정 수익을 얻기 위해 생산의 권리를 독점하는 전매제도로 바뀌었다.

공무원이 관리하던 전매청은 공기업, 민영화를 거치면서 명칭만 전환됐을 뿐 여전히 수매에서 판매까지 모든 독점권을 쥐고 있다.

지난 3일 안동시 당북동 KT&G 경북원료사업소 수매장 공터 한켠에 마련된 허름한 간이 휴게실에는 격앙된 농민들의 성토의 장이었다.

“어휴, 인건비라도 건졌으면… 심을 때부터 잎을 따 말리는 건조작업에서 보관까지 한 잎 한 잎마다 농민들의 땀과 애환이 담긴 것이 담배농사가 아닌가”, “수확량이 감소되면 원료 희소성을 감안하더라도 수매가격을 높게 쳐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계약재배지만 기상재해로 인한 작황부진에 대해 정부에서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 솔직히 서운하다”등 농사의 설움에 호소하는 이, 마냥 푸념하는 이, 분노하는 이들로 넘쳐났다.

지난 50여년을 오로지 담배농사로 일생을 보냈다는 한 할머니가 그동안 참고 참던 울음을 터트리자 남편인 듯 보이는 연로한 한 어르신이 “괜찮아, 울지마… 내년에는 괜찮겠지”하며 할머니를 다독였다.

그러나 자신도 이내 눈시울을 붉혀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심지어 일부 농민은 수매과정에서 지금까지 전례 없던 작황부진으로 최하 등급보다 낮아 내팽겨진 `폐기 등급` 잎담배를 불 태우기도 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잎담배 작황이 사상 최악을 보이면서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어 정부차원의 특단의 지원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KT&G나 정부가 나서 최소 비용이라도 들여 `폐기 등급`수매하는 것도 농민을 위로할 수 있는 좋은 대책 중 하나일 것이다.

그동안 하늘만 원망하며 침묵했던 농민들이 급기야 분노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정부나 정치인들은 민심동향에 더욱 세심한 관심을 높여야 할 때다.

안동/gs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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