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깐엔 가마니 같은 눈을 뜨고도 성에 안 차

하는 족족 늦둥이 애한테 통박이다

마수걸이에 호되게 구시렁거리는 아범이다

봄 햇살에 내놓자 바구미들이 구탱이로 몰렸다

겨울 한철에 정미소 기둥이 한쪽 내려앉았다

구덩이에서 무를 꺼내나 반 썩어질 양

정미소가 제 품을 찾으려면 먼데서 여럿 와야 할 모양이다

바구미 등처럼 까맣게 빛나는 봄날 오후의 하리(下里) 정미소

`수런거리는 뒤란`(2000)

봄날의 정미소 풍경을 점묘하듯이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늦둥이 아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는 서사가 깔린 이 시는 상당히 희화화되어있어 웃음을 유발시키고 있다. 봄날 정미소의 바쁜 풍경이 한 장의 스넵 사진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시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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