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대구본부장
황새는 조개를 물고 놓지 않는다. 한나절이면 땡볕에 조개가 말라 죽어버릴 것이라고 자신한다. 조개는 조개대로 풀어주지 않으면 황새가 굶어죽고 말 것이라며 버티기에 들어간다. 지금 신공항을 둘러싼 대구·경북과 부산의 대치 국면에서 `방휼지쟁(蚌鷸之爭)`을 떠올린다면 너무 먼 비유일까?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 결정을 촉구하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보가 숨 가쁘다. 오늘은 대구·경북의 리더 100명이 신공항 후보지 결정 촉구 선언을 한다. 이미 시·도 의회는 결의문을 채택했고 신공항 밀양유치를 지지하는 서명운동을 지역을 넘어 수도권까지 확장하고 있다. 가히 총력전이다.

지난 달 지역 언론사들이 공동 주최한 `동남권 신국제공항 대토론회`에 나선 참석자들도 하나같이 밀양을 최적지로 꼽았다. 지역 출신 여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대구시·경북도 관계자와 시·도의회, 상공계, 언론계 등이 참석해 `신공항은 밀양이 최적지`임을 확인했다.

토론이라면 반대도 있고 또 그 반대를 증거자료와 이론적 근거를 들이대며 논리적으로 다시 반박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제대로 된 토론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공론화 절차와 객관화 과정을 거쳐야 사업의 정당성도 얻고 추진동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산이 왜 밀양 아닌 가덕도를 고집하는지, 그것이 왜 틀렸는지에 대한 설명은 중요한 과정이다.

대구지역 토론회 자리에 부산지역 관계자나 가덕도를 주장하는 학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은 반대 없는 토론처럼 보일 수도 있다. 대구 쪽에서는 부산쪽 관계자들이 토론회에 불참한 것을 가덕도가 밀양보다 신공항 입지로 적확하다는 자료와 증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듯하다. 밀양유치단의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는 계산에서라고 유추하기도 한다.

정부는 원 포트 정책으로 인천공항 하나만을 허브 공항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감추지 않는다. 신공항 입지를 빨리 결정하지 않고 지자체간 경쟁을 부추기며 시간을 벌고 있다는 의심마저 들게 만든다. 2020년 인천공항까지 KTX를 연결하겠다는 마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앙 언론들은 공공연히 동남권 허브공항을 놓고 인천공항 위기설을 터뜨리기도 한다. 정치 논리로 건설돼 적자투성이인 지방공항을 새삼 들추어내는 행태도 뿌리는 그런 논리에 연결돼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부산과의 유치 경쟁은 이런 정부에 핑계를 보태 주는 꼴이 될 것이다.

이쯤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영남권 모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동남권 신공항의 건설여부다. 부산이 고집하고 있는 가덕도를 제치고 밀양에 신공항이 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동남권에 신공항을 유치하는 것이다.

밀양과 가덕도의 차이를 넘어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우선하는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 부산과 힘을 합쳐 동남권 신공항을 언제 어떻게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확실한 답변을 얻어내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를 절반 훌쩍 넘긴 지금 신공항을 하느냐 마느냐로 시간을 끄는 것은 지역 출신 대통령을 낸 지역의 자존심 문제다. 동남권 신공항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아닌가.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부산은 혹시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는 것보다는 인천 공항을 확장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더욱 부산을 껴안아야 한다. 거꾸로 대구·경북에서 가덕도에 신공항이 건설되면 차라리 인천 공항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이나 나아가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서기보다는 인천 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신공항 입지 결정을 미루는 수도권과 중앙 정부의 입장을 도와주게 된다.

결국은 조개와 황새가 모두 다 어부의 망태에 담기는 신세가 되어버린 고사를 들먹이는 것은 그래서이다. 신공항이 밀양이 들어서기 전에 영남권에 신공항이 들어서야 한다. 신공항이 결정될 때까지 부산과 대구는 적 아닌 동지이다. 먼저 부산과의 타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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