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일 KTX 신경주 노선이 개통되면 전국이 1일 생활권으로 접어든다.

당장 KTX가 서지 않는 포항역은 이용객 감소 등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빠름`으로 대변되는 KTX에 반해, `느림`의 여유를 가진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오가는 포항역에서 1일역장 근무에 나섰다.

27일 오전 11시20분 포항역 역무실.

셔츠에 조끼, 자켓을 입고 리본 브로치까지 착용하고 역무원의 자세를 갖췄다.

11시35분에 동대구행 무궁화호가 출발을 앞두고 열차 플랫폼 출입구에 섰다. 여행을 떠나는 마음에 들뜬 승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승객이 빠져나가자 출입구 문을 잠궜다. 문이 열려 있으면 승객들 출입이 잦아 안전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동대구역에서 출발해 오전 11시57분 도착하는 포항행 무궁화호 열차는 7분 정도 지연됐다. 동대구에서 포항까지 열차 선로가 1개 뿐이어서 교행이 이뤄질때마다 생기는 일이다.

죽도시장 등을 관광하는 여행상품으로 실버세대가 주 대상인 이 열차가 도착하자 50~60대 관광객 100여명은 지연 도착은 아랑곳없이 즐거운 얼굴로 열차에서 내렸다.

관광객들에게 인사를 건네자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거나, 명찰을 보고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했다.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뒤 역무원들은 열차를 살펴보고, 열차 외관의 이정표를 바꾸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1918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포항역에는 지역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지난 1945년부터 현재 역사를 지키고 있는 포항역은 포항시민의 만남의 장소로서, 향수를 느낄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어떤 노인은 포항역 앞에서 감자를 사먹으며 옛 모습을 회상했고, 역 앞 벤치는 포항시민들의 약속장소로도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다.

또 65년의 세월을 버티고 있는 포항역사 또한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가 되고 있다.

긴 역사를 가진 만큼 내부시설이 낡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곧바로 해소됐다. 최신식 시설을 갖춘 현대시설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역무실 한켠에는 열차가 한 눈에 보이는 열차운용실이 있다.

이곳에는 5개의 컴퓨터 모니터와 함께 각종 전산기기가 설치돼 있고 부조역과 효자역, 안강역, 포항역 등 4개역의 열차 운용관리가 이뤄진다. 여러 갈래로 나뉘는 노선 중 열차가 없는 노선으로 열차를 안내하는 등 노선변경 등을 전산으로 조작되고 있었다.

매표창구도 전산화 시스템을 갖춰 빠른시간내에 매표가 이뤄질 수 있었다. 매표 창구 키보드에는 전국 각지의 역이 단축키처럼 지정돼 있어 마우스 없이 키보드 조작만으로 매표가 가능했다.

1일 역장체험은 간단한 서류결재를 맡는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의자에 앉기 무섭게 열차 움직임을 주시하고 역 이곳저곳 뛰어다니기에 바빴다.

최용석 역무과장은 “11월1일 신경주노선 개통으로 포항역 노선 시간도 크게 조정된다”며 “포항-동대구간 열차가 많이 줄어들어 포항역의 위축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신 1일부터 포항-경주노선이 새롭게 신설돼 철도교통수단의 새로운 도약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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