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차례, 휘청휘청 파고드는 칼날들!

평생 부엉이 울음소리와 함께 살아도 좋다, 하고 어금니를 깨무는 동안

성한 곳 하나 없는 몸, 만신창이

끝내 견뎌내지 못하고 내 안의 각자선생이 달려나와,

만신창이 몸 훌쩍 어깨에 들쳐 맨다

종아리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검붉은 지렁이들!

징그러워하지 마라 지렁이들 꿈틀거려, 너는 아직 살아있다. 하며

누덕누덕 기워진 몸이 낮게 내게 속삭인다

각자선생이 곁에 있는 한, 번쩍 빛을 발하며, 칼날들 몸 속 지나가도 좋다.

하며 상처투성이의 시간이 저 혼자 중얼거린다

이윽고 칼날들, 찢겨진 날개째 추락하는 소리 들린다.

`길은 당나귀를 타고`(2005)

어쩌면 우리는 세속적 현실의 시끄러움과 공격성 때문에 외적인 우리는 만신창이의 상처투성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하면 타개해 나갈 수 있을까 궁리 중에 시인은 자신의 내면 속에 있는 각자(覺者)선생을, 다시 말해 깨달음의 자아, 도(道)의 세계에 순응하는 자아를 불러 오게 된다. 그러나 그런 고통은 다시 반복되게 되고 끝없이 상처와 치유, 절망과 위로, 분노와 용서가 이뤄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고 시인은 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