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은 멀어짐이 아니고 넓어지는 거라고

이별, 은 기울어짐이 아니고 깊어지는 거라고

딴말하는 너의 등 뒤에 대추나무 한 그루

무수한 별자리 쟁강쟁강 울린다

푸르게 물드는 화엄

어느 결에, 대추 꽃은 피고 진 걸까

가을을 흔히 시들어 떨어진다는 뜻으로 여겨 덧없는 시간들로, 혹은 쓸쓸하고 아픈 계절로 인식해온 우리에게 시인은 가을을 재해석하면서 다가오고 있다. 가을은 사라지고 지워져버리는 시간의 총체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더 깊고 넓은 마련의 시간들임을 시인은 가만히 우리에게 묵언의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푸르게 물드는 화엄이라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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