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데뷔 꿈 포기한 건 아니예요”

임정희(29·사진)는 지구력이 강한 가수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7년간의 연습생 생활 끝에 데뷔했고 미국 진출 준비를 위해 2년6개월 간 뉴욕에 머물며 국내 시장을 비웠다.

보컬 실력이 부족해 오랜 시간 담금질이 필요했던 게 아니다. 2005년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Music Is My Life)`로 데뷔하기 전 거리를 무대로 노래하며 `거리의 디바`로 불렸던 그다.

풍성한 가창력으로 `사랑아 가지마` 등의 히트곡을 낸 그는 프로듀서 박진영의 인정을 받았고 2006년 가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잠시 귀국해 2007년 3집을 냈지만 이듬해 1월 다시 출국했다. 그러나 미국 데뷔도 못한 채 지난해 돌아왔고 3년 만에 미니음반 `진짜일리 없어`를 발표했다.

최근 인터뷰를 한 임정희는 “미국은 산 교육의 장이었고 공백기는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정리했다.

“뉴욕에서 유명한 보컬 선생님께 수업을 받았어요. 비욘세, 브라이언 맥나이트 등 유명 팝 가수들의 크고 작은 공연도 봤고요. 브루클린에 위치한 테버네클 교회의 전통 깊은 성가대 오디션을 봐 백업 솔로 싱어로도 활동했죠. 유학생인 줄 아는 주위 친구들이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에 도전하라더군요. 하하.”

그는 미국 진출이 중단된 데 대해 “팝음악에 심취했기에 팝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꿈이 좌절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데뷔가 임박했을 때 미국 경제가 어려워져 음반사들이 몸집을 줄였고 나의 파트너 음반사도 아시아 가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데뷔의 꿈을 포기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쉬움을 안고 돌아온 비행기 안에서 공백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잊혀졌으면 어떡하나`란 걱정도 했죠. 음악 환경도 아이돌 그룹으로 흐름이 변화됐고요. 하지만 제 목소리를 들으면 대중이 저를 기억해줄 것 같은 확신은 있었어요.”

임정희의 말처럼 팬들은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음반 수록곡 중 먼저 공개한 조권과의 듀엣곡 `헤어지러 가는 길`은 발표 당일 음악차트 1위에 올랐다. 조권의 연습생 시절 임정희는 보컬 선생이었기에 사제간의 호흡으로도 주목받았다.

또 음반 타이틀곡인 네오 솔 풍의 `진짜일리 없어`도 멜론, 엠넷닷컴, 도시락 등 음악차트 10위권에 무난히 진입했다.

임정희의 성공적인 복귀에는 그의 데뷔 시절부터 함께 작업하며 `나의 오리지널 디바` `페르소나`라고 극찬한 프로듀서 방시혁이 있었다.

임정희는 “데뷔 시절에는 방시혁씨에게 혼도 많이 났다”며 “이제는 혼내거나 칭찬할 때 그 이유를 마음으로 읽게 된다. 긴장하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보듬어주며 복귀에 큰 힘이 돼준 분”이라고 말했다.

음반에는 임정희표 발라드만 수록된 게 아니어서 지루함을 덜었다. 방시혁은 그의 보컬이 지닌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자 장르에 구애받지 않았다.

방시혁이 내년 선보일 아이돌 힙합그룹 방탄소년단이 피처링한 `재`는 록과 힙합이 어우러진 곡이다. 남자 친구와 바람피우는 상대와 싸운다는 노랫말이 재미있는 `아직 내 남자야`는 펑키한 스타일이어서 새롭다.

임정희는 “요즘 트렌드는 우울하며 고뇌하는 뮤지션이 각광받지 못한다”며 “무거운 보컬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이미지 변신을 도와준 곡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소박한 바람도 꺼내놓았다.

“저는 태생이 거리예요. 기회가 되면 다시 거리로 나가 노래하고 싶어요. 발라드는 대중에게 친근하게 불리지만 가수는 멀리 있는 듯 느껴지죠. 콘서트 무대보다 관객과의 거리감이 없는 길거리는 제가 침 튀기며 노래하는, 사람다운 모습을 보여줄 최고의 무대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