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시인
사람은 품위있는 말을 써야 존경을 받는데 전직 중등교장이 겨우 `×주고 뺨맞기`란 말을 예사로 쓰다니, 야하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이런 제목`의 글을 적는다.

우리집엔 23년 묵은 붉은 귀 거북이 있다. H회사 연구원으로 있는 29세의 막내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때 제 엄마와 같이 오일장에 가서, 어미를 졸라 사왔다. 거북등판이 새파랗지만 크기는 1백원짜리 동전정도 크기였다. 어머니가 돌보다가 돌아가시고 나서 그뒤 아 내가 돌보다가 몇년전 내가 정년퇴임을 하고 나서는 내가 거북이 아범이 되었다. 개를 키우면 주인과 눈만 마주쳐도 꼬리를 흔들고 반가움을 나타내지만 거북은 집에서 4반세기를 키워도 도무지 주인을 알아보지 못한다. 몇해전 S방송의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에는 주인 아줌마의 말을 척척 알아듣는 `영재 거북`이 등장하여 저런 거북도 있는가? 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 아내가 거북을 기를 때 이야기다. 거북이에게 먹이를 주다가 손가락이 물려 조금 다쳐 치료를 받은 일이 있다. 이런 사단이 있고부터 내가 거북이를 관리하게 되었는데 먹이를 줘도 재빠르게 주어 거북이에게 공격할 기회를 도무지 주지 않는다. 머리둔한 거북에게 우의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다. 알아서 거북이를 다루는 것이 행복의 극치다. 둔하다고 느끼는 거북도 먹이를 줄 때는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올 여름은 비가 많이 와서 집터 밭에 나무가 우거지고 풀이 짙게 자라 모기떼가 우글거린다. 아침 저녁으로 거북이에게 먹이를 주려면 모기떼가 노출된 피부에 독주사를 놓아대어 살갛에 빨간 매화꽃이 핀다. 피부에 약을 발라도 가려워 미칠 지경이다. 거북이 직접 나를 문 것은 아니지만 거북에게 먹이를 주다가 봉변을 자주 당하니 `×주고 뺨맞기`란 저속한 말이 곧잘 떠오르는데 적절한 말인지 아닌지 분간이 잘 안된다. `천안함`을 잃은 분한 마음을 누르고 북에 5kg짜리 쌀 백만포대를 보낸다고 한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남이 `×주고 뺨맞은`불상사가 잦았는데 앞으로는 이런 배은망덕이 없도록 국민전체가 대북 불침번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은혜를 모르고 배은망덕하는 일이 흔하다. 국민과 국가를 섬겨야 할 공무원이 국민을 깔보고 국가에 해가 되는 일을 거리낌 없이 한다. 국가는 국민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꽃나무다.

“내가 국가를 사랑 안해도 딴 사람이 내대신 애국을 하겠지”하는 안일한 사고를 버려야 한다. 내 아내를 내가 사랑하지 않고 내 자식을 내가 돌보지 않고 내 나라를 내가 저버린다면 가정이, 나라가 제대로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나라를 사랑하다가 뺨맞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알고 선을 쌓은 가정에 행복이 찾아오는 밝은 사회가 되고 경우 바른 국민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가 되려면 배은망덕하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고 제길을 바로 가는 사람이 대우받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어야 한다. 대인관계에도 국가간의 관계에도 `×주고 뺨맞기`란 저속한 말이 설 자리가 없어져야 한다. 선을 악으로 갚으면 영원히 악이 그 집을 떠나지 않는다는 성경구절이 문득 생각난다. 세월이 참 무섭다. 23년전에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거북이 새끼가 지금은 3kg 체중의 거대한 군함(?)이 되었다. 서서히 물이 가득한 자기의 바다, 방탱이속을 유유히 떠다니면서 바늘귀같은 눈을 열고 사람을 훔쳐 보는데 내 마음이 너그러운(?) 탓인지 도무지 밉지를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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