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건전성이 곪아 터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한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2.2%로 지난해보다 1.4%포인트 악화됐다. 재정자립도란 지자체 재정수입에서 중앙정부가 주는 교부금을 제외한 자체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2000년 59.4%에서 2006년 54.4%로 하락한 후 2007년 53.6%, 2008년 53.9%, 2009년 53.6%로 53%선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4년 만에 53%선 마저 무너진 것이다. 전국 246개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10%미만인 곳이 9개, 10~30%미만은 143개로 30%도 안되는 곳이 152곳에 달했다.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도 해결할 수 없는 지자체는 137곳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지난 1991년 지자체 재실시 이후 지방재정 규모가 빠르게 확대됐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속 빈 강정`꼴이다.

지자체는 예산이 부족하면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그래도 모자라면 지방채를 발행, 빚을 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 지방채 증가 속도가 무섭다. 지난해 말 지방채 잔액이 25조6천억원으로 1년 만에 6조3천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지방의 재정이 파탄나면 결국 그 고통은 지역주민에게 돌아간다. 지자체의 재정상황이 악화된 것은 경기침체로 인해 사회복지 지출은 증가한 반면 세입은 감소한 영향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심각한 재정난의 근본 원인은 재정운영상의 책임성과 투명성 부족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단체장들이 책임 의식도 없이 재정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무리한 사업추진은 민선 자치단체장들의 포퓰리즘과도 무관치 않다. 선심성·낭비성 예산으로 지자체 곳간이 멍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감시하고 견제할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방재정에 더 큰 위기가 닥치기 전에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먼저 지자체의 책임 의식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파산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지자체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과 예산 집행에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감시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중앙정부도 지방자치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지방채 발행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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