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신객원 논설위원로타리코리아 차기위원장
미국 교통사고 원인 가운데 운전 중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행위는 평소보다 23배나 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 발표됐다. 운전 중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는 사고를 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운전자들도 문자메시지나 전화를 주고받고 DMB를 시청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이 지키지 않는다.

가장 부러웠던 미국의 교통문화가운데 하나는 구급차가 전조등을 켜고 도로에 나타나면 홍해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처럼 도로가 열린다. 스쿨버스가 서면 뒤따르는 차는 그 차가 움직일 때까지 서 있다. 차에서 내린 어린이들이 어디로 튈지 몰라서 기다려 주는 것이다.

미국의 운전자들은 버스 차고지에서 출발 때마다 정지등· 전조등· 방향지시등의 작동에서부터 타이어 공기압과 마모상태, 브레이크 상태를 체크 받고 출발하지 않으면 언제든 해고당한다.

하루 10번을 운행해도 매번 같은 절차를 밟는 미국 버스 기사들은 바보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사나 승객, 걷는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어가 심하게 닳았거나 안전장치에 문제가 있어도 벌금을 내는 지자체가 있을 정도로 철저하다.

심야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도 차량들은 항상 정지선에서 차를 세우고 좌우를 살핀 뒤 진입한다. 위반하면 범칙금이 20만원에 가깝고 보험료도 오른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 교통선진국과는 달리 처벌이 관대하다. 우리가 내는 안전 운행 불이행의 범칙금은 4만 원 정도, 미국 뉴욕의 경우 1차 위반 때는 26만 원, 두 번째는 45만원, 98만원을 내야한다. 범칙금을 무겁게 물게 해서 운전자들이 위반할 생각을 차단시켜 버린다.

교통경찰관의 숫자도 미국수준에 가깝게 늘려야 한다.

2008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5천558명 가운데 안전운전 규칙대로 운전을 했다면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생명을 건질 수 있었을 것.

음주운전역시 자신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그 옆을 지나는 행인의 목숨을 뺏고 다른 차량에 피해를 주지만 근절되지 않는다.

속도위반이나 신호위반을 알려주는 안내 기능이 우리처럼 활개를 치는 국가는 지구상에는 없을 것이다. 이것을 IT산업의 발전이라고 해석하면 지나가는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오는 11월 G20 회의를 앞두고 경찰이 신호등 꼬리 물기를 자르기 위해 신호체계를 바꾸어 가면서 단속을 벌이지만 위반행위는 여전하다. 신호· 차선위반· 모서리 주정차· 무단 횡단 등 가벼운 법규이지만 위반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런 가벼운 위반을 300번 쯤 되풀이하면 접촉사고가 한번쯤 난다고 한다.

가벼운 접촉사고가 29번쯤 쌓이게 되면 신체적 손상을 입는 큰 사고가 난다고 한다. 이런 운전자는 무려 9천 번에 이르는 법규위반을 한 셈이니 도로에 나가면 법규 위반을 달고 다니는 운전 습관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런 운전 습관으로 인해 치명적인 대형 사고를 겪게 된다는 통계다.

기초질서를 지키지 않는 시민도 많긴 하지만 단속이 예전 같지 않다는 비판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관선시대는 이렇지 않았는데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간선도로를 벗어나면 걷는 사람· 운전자 할 것 없이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이 민망할 정도로 맞불을 놓는다.

걷는 시민들이 차지해야할 보행공간이나 횡단보도, 좌·우회전을 해야 할 모서리에 차를 세워두는 몰염치 양심이 숱하다. 이러니 기초질서단속으로만 보면 관선시대가 나았다는 얘기가 절로 나오게 된다. 표로 먹고사는 지도자들의 눈엔 일단피해보자는 심리가 기초질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보험도 문제다. 사고발생시 1%라도 많은 쪽이 100%부담하지 않고 결과만큼 나누어부담하는 국가이니 비용부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외국보험사가 한국에 들어와 자동차 보험 영역을 넓힐 빌미까지 제공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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