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 정부 장관들이 경주를 잇따라 방문했다.

정부 부처 장관의 지방도시 방문은 통상적으로 공식 업무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장관의 지방 순시는 그만큼 책임과 무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관들이 경주에서 한 발언과 행보는 퇴임을 앞둔 `추억 만들기`로 전락해 유감이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경주시와 방폐장조성 협력을 위한 MOU와 한수원 경주 본사 개소식 참석차 최근 경주를 방문했다. 이에앞서 관계부처는 장관이 경주에 지역민과 지자체를 위한 거대한 선물을 줄 냥 포장을 했었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가 MOU 체결한 것도 웃긴 일이지만 그 내용 자체도 알맹이가 전혀 없어 왜 이같은 `이벤트`를 했는지 하는 의문만 남겼다.

이날 정부와 한수원이 체결한 내용을 살펴보면 한수원 방폐물관리공단 2014년 이전, 경주시에 대한 특별지원금 3천억원 지원을 비롯해 방사성 폐기물 반입수수료 지급, 한수원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 사업 정상화 등 4개 유치지역 특별지원사업을 지원 등인데 이 모두 정부가 응당해야 할 사업과 예산이다. 이는 기존의 업무사항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를 두고 경주시의회 한 의원이 따져 묻자 배석한 참모는 `전 장관의 일이다`며 모르쇠로 장관을 옹호하기까지 했다. 장관의 발언은 신뢰성과 영속성이 없다는 것만 확인시킨 꼴이다.

유인촌 장관의 행보는 더욱 가관이었다. 현장체험이란 명분 아래 그는 헬멧을 쓰고 자전거 타기 복장을 한 채 사적지 복원 현장을 방문했다. 그에게는 현장체험일 수 있지만 이 염천에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나 작업자, 매장문화재로 고통을 받는 경주시민들의 심정은 전혀 헤아리지 못한 처신에 불과하다. 더욱이 그는 경주시장 주최 공식 행사장에서도 똑같은 복장을 하고 나타난 것을 보면 경주가 결국 `휴가지`에 불과했다는 인상만 남겼다. 특히 발굴현장에서도 “작업자들은 신라 때와 같은 복장을 해야 한다”는 등 현장 근로자들의 애환을 전혀 생각지 않은 발언까지 했다. 또 경주시가 추진하는 경주역사도시문화관과 관련 그는 “경주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문화관인데 따로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는 지 모르겠다”며 생뚱맞은 말까지 뱉었다.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을 총괄하는 장관이, 국가기간산업을 관장하는 장관이 한 지역 실정과 정서를 전혀 모르는 발언과 행보는 시민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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